병가를 맞아 모처럼 평일에 안토니오와 함께 지내고 있다.
예전과 다르게 잘 때가 되면 안토니오는 이제 조용히 혼자 누워 20분에서 30분을 노래도 부르고 뭐라고 혼자말을 막 하다가 잠이 스르르 든다.

오늘 밤에도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피곤하셔서 먼저 잠들었다.

안토니오와 함께 낮잠을 늘어지게 잤던 내가 옆에서 누워 아직 깨어있는 안토니오를 위해 자장가도 불러주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잘 때쯤 되니 베개를 들고는 모로 주무시고 계시는 할아버지 등 뒤에 착 달라 붙어서 잠이 드는 것이다. 어찌나 서운한지...

안토니오 맘(앞으로는 이 블로그에서 별칭으로 '눈큰이'라고 부를 생각이다^^)은 안토니오가 정작 내게 잘 오지 않는 이유를 '선배는 아기에게도 그렇구 가끔은 사람에게 강제적으로 선배의 생각을 강요할 때가 있어서 그런거야!'라고 명쾌히 설명한다.  

오늘도 두 번 정도 안토니오가 원치 않는 행동을 해서 울린 적이 있다. 피곤한 할아버지께 매달리길래 '아빠가 안아줄께'하고 안토니오의 의사를 묻지 않고 막무가내로 들어올리다가 난리가 났었고, 또 무슨 일이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 또한 안토니오가 원치 않는 행동을 강요하다가 울렸던 것 같다.

하루종일 지켜보니 정말 할아버지는 안토니오가 원치 않는 행동은 절대로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 단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가끔 제지하실 때는 있다. 가령 컴퓨터를 틀고 너무 오래 계속 동요를 들려달라고 할 때 같은 경우가 그렇다. 반면 할머니는 자주 안토니오의 의사에 상관없이 억지 행동을 요구하거나 안토니오의 몸을 만지는데, 그러면 안토니오는 할머니에게 뻭~ 소리치거나 달려들어 물려고까지 하는데 그런 안토니오의 모습을 할머니는 또 귀여워하신다. ^^

안토니오에게는 서열이 매겨져 있다.

부동의 1위는 엄마. 일주일에 토요일, 일요일 단 이틀을 보지만 엄마가 등장하기만 하면 모든 일상의 관계는 다 증발되어 버리고 엄마만 안토니오의 세상에 가득하다.

2위인 아버지께서는 늘상 그런 엄마를 앞지르고자 안토니오에게 잘대해주거나 질투를 노골적으로 표현하시는 등 안토니오의 관심을 사고자 노력하시지만, 일주일에 주말만 와서 봐주는 엄마한테 그토록 매달리는 안토니오의 불가사의한 인력은 아직도 분석불가능하다.
단지 엄마와 함께한 저 기억저편의 본능같은 것이라고 쳐 둘 수밖에 ...

그렇지만 엄마 배속에 있을 때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일찍 퇴근해서 노래를 수도 없이 불러주고, 어두워진 밤에는 일기장을 펼쳐놓고 태어날 안토니오에게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며,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고 한 이 아빠로서는 3위라는 등수로 밀려난 것이 못내 서운하고 그렇다.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아이에게 '아빠가 더 좋아, 아님 엄마가 더 좋아?'라는 말도 안되는 선택을 강요하는 질문을 쉽게들 던지는데 이런 질문이 아이에게는 굉장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가져다 준다는 거였다.

그러니, 안타깝고 따지고 싶지만 안토니오 앞에서는 티내지 않고 씩 ~ 웃을 수밖에...

그래도 언젠가는 이런 인내를 통해 안토니오가 나를 인정해 줄 날이 올거다.
아이가 원하는 걸 기다려 주는 인내가 분명 필요하다.

함께 듣는 음악은 Edenbridge의 "Sunrise in Eden"(2000)앨범 중에서 3번 곡 'Forever shine on'이다.

출처: 안토니오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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