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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오유리 옮김, <책이좋은사람> (2007년)

 

2월 27일 퇴원해서 집에서 움직이질 못하는 상태로 정말 1.5평도 채 되지 않는 침대에서 뒹굴면서 읽은 책이다.

사실 정규교육받고 별 어긋남(?) 없이 이 사회가 요구하는대로 범생이처럼 살아온 나로서는 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 이 내용들이 참 어이없고 한심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건 잠시의 시력교정 차원에서 나타나는  피사체가 약간 흐려지는 현상일 뿐.
나도 모르게 이 노노무라라는 자취집에서 펼쳐지는 자잘한 일상들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왜냐?

나 스스로 '어긋남' 없이 살아온 것에 대해 가끔 스스로를 자책할 때가 많다.
가령, 나는 왜 남들처럼 구성지게 욕지꺼리를 하지 못할까?
나는 왜 갑자기 모든 삶의 리듬을 끊어버리고 홀연 떠나지 못했을까?
왜 모험을 하지 못했을까?
등등의 질문을 던지면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까지 '난 세상이 기획해 놓은 인간형에 아주 잘 맞아떨어지는 삶을 살고 있어'라는 조소를 내게 날리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뭔가 아주 특별한 사건들을 기대하고 이 책을 본다면 아마도 실망이 클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기대감으로 접한 후 잠시동안 책에 대해서 실망했다.
"뭐 특별한 내용도 없구만."
괜히 보는 시간이 아까와서 다른 책으로 갈아탈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나 또한 지금 병가로 집에서 꼼짝달싹 못하면서 '빈둥거릴 수 밖에' 없는 몸.
나도 모르게 그만 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내용들에 동화되면서 혼자 낄낄거리면서 읽게 되었다. 대리 만족일거다.

어찌보면 이 소설속 내용들은 대단히 포스트 모던적인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합리성과 이성으로는 도무지 이 소설속 등장인물들의 삶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또 다른 방식의 생활로 삶을 도도히 이어간다. 그렇다고 이들 모두 세상의 부적응자가 아니다. 단지 '이성'이라는 잣대, '합리성'이라는 잣대로 삶을 살아가지 않을 뿐이다.
그렇기에 실제로는 대단히 비합리적인 일상을 살면서도 매사 논리적이고 싶어하는 나와 계속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하루 이틀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빈둥거리고 싶어하고 또 그래야 한다.
시간에 대한 구속, 미래에 대한 구속으로부터 '잠깐' 벗어나서 말이다.

방안에서 빈둥거리면서 함께 빈둥거릴 무언가를 찾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별점 : 3점    

함께 듣는 음악은 Acoustic Alchemy의 "Positive Thinking"(1998)앨범 중 5번곡 'positive thinking'이다.

출처 : antonio's study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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