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버지께서 축농증때문에 수술을 하셨다.

아침 일찍 서울에서 차를 몰아 고향으로 내려가서 안토니오맘은 아이를 보고 나는 병원과 집을 오가며 어려울 것 없는 심부름을 이것저것 했다.

오전에 병실에서 약 40여분동안의 수술을 받고 회복실에 누우신 아버님 머리가 새하얗게 새어 있었다. 언제 이렇게 늙으셨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다행히 통증을 잘 참으시면서 누워계시다가 오후에 퇴원을 하셨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다고 한다.

오늘 아버님께서 볕바른 베란다에 나오셔서 염색하시는 것을 도와드렸다.

염색솔로 이곳저곳 아버지의 흰 머리를 쓸어내리면서 문득 엘레베이터를 올라오며 더이상 뽑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로 많아진 내 흰머리를 보면서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떠올라 씁쓸하고 죄송했다. 다행히 볕이 행복할 정도로 쏟아져 내려 슬픈 감정은 일지 않았다.

온통 하얗게 바랜 아버지의 머리칼은 내가 모두 검정 색소를 자양분삼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아이를 맡기고 또 어기적어기적 고된 일을 부탁드리는 내 자신에 화가 나 속이 부글거렸다.

어머님의 예순 세번째 생신이 이번 주 목요일이어서 가족들이 어제 다 모여서 미역국을 미리 먹고 케잌을 잘랐다.
안토니오맘은 금요일 늦은 밤에 들어와서는 밤 늦게까지 국과 반찬 이것저것을 만드느라 밤 늦게 잤다.

안토니오 맘이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나는 늘 부모님께 죄송스런 생각이 더욱 쌓여져 간다.
이젠 젊은 날처럼 "나중에 ~해드릴께요"로 끝나는 공수표를 남발할 나이도 지났고, 점점 지쳐가시는 어머님과 아버님을 보면서 어쩔 도리가 없으니 더욱 더 안타깝기만 하다.

마음만 있고 표현할 수 없는 것, 아니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이 세상에 왜 이리 많은지.

자꾸 헛디딤질 하면서 초조해진다.

음악은 영화 파이란(failan)의 Original Sound Track(2001)중에서 17번 곡 "愛情(love)"이다. 막문위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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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안토니오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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