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람들과 같이 집 근처 막걸리 집에서 술을 마시고 오후 9시 20분 경에 헤어졌어.
안토니오를 재우는 시간이라 바로 들어가면 깰까봐 아는 형이 추천한 홍대 근처 '브라스'라는 술집에 와서 음악을 들으며 혼자 술을 마시고 있지.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혼자 술마시는 것이 나름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
눈큰이와 함께 약간의 술을 마시며 이것저것 도란거리며 이야기하다가도 좋은 음악에는 서로 눈을 쳐다보며 웃으며 조용히 감상도 하고... 이렇게 함께 했으면 좋겠는데 말야. 둘 중 한 사람은 안토니오를 씻기고 재워야 하지. 물론, 안토니오와 함께 있는 시간도 너무 행복하지만 말야.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런 오붓한 시간이 그리워지지.

4월 일본 여행 중 유후인 역에서


커다란 스피커 앞에 일부러 앉았어. 여느 카페처럼 앞자리에는 타오르는 촛불이 나를 상대해 주고 있지. 카프리 한 병과 팝콘 한사발과 함께 말야.

기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아닌, 한 사람과 또는 나 홀로 취하지 않을 정도의 알콜과 음악과 이야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포근하고 편안해지네? 이제 내 나이 서른 여덟에 말야. ^^

아~ 지금 신청곡 6곡 중에 첫번째 곡인 Santana의 "Maria Maria"가 흘러나오고 있어. 그냥 정면을 바라보다가 산타나의 "Supernatural" 앨범 자킷이 눈에 들어와서 신청한 곡이지. 근데 말야. 컴퓨터로 다운받아서 트는 건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약간 탁한 듯 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어디야? ^^

눈큰이! 우리 연애할 때 갔던 그 카페가 사무치게 그리워지네? 우리 그 때 참 행복했지. ^^ 너무 좋은 추억을 안겨준 그 디제이 아저씨는 연락도 끊기고... 음악을 진정 사랑했던 그 디제이 아저씨가 그리워진다. 

벽면 가득 빼곡히 들어차 있는 LP판들을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밤이야! 

미안! 이런 시간을 혼자만 가져서 말야. 

어떤날의 '출발'을 끝으로 여섯곡의 신청곡이 다 흘러나왔고 카프리 맥주 한 병도 바닥을 보이네. 지금 시간이 11시 9분! 이제 일어나서 집으로 가려 해! 

오늘 하루 행복한 시간을 허락해 줘서 고마워! 눈큰이, 그리고 안토니오~ 

함께 듣는 음악은 신청 가수 중 하나였던 Eva Cassidy의 "Songbird"(1998) 앨범 중 10번 트랙 "Over the Rainbow"입니다. 우리의 결혼 축가이기도 하였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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