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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곤 글, 그림 / 갤리온 (2007)


http://blog.naver.com/jumpmoon
한 네이버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트 잇으로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간단한 글을 넣는 형식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곧 사람들의 관심을 얻으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아이디어의 독창성이 뛰어나다는 말들을 하지만, 솔직히 평생 그림은 고사하고 글씨마져 창피해서 잘 쓰지 않는 나로서는 그의 능력이 너무나도 부럽게 느껴졌다. 아는 회사 직원이 자주하는 말이 "무식하면 손발이 바쁘다"는 말을 여기에 적용하자면, "그림 못그리면 손가락이 고달프다"라고 내 처지를 농담삼아 표현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너무나 소소한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해준다는 것은 어쩌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무척 지루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전혀 굵지 않은 책도 많은 부분 작가의 일상이 작가 개인의 한정된 일상으로만 읽혀져 따분하고 지루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끔 일상 속에서의 솔직한 느낌을 담은 작가의 짧은 글과 포스트 잇 그림은 긴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여기서 소개하는 글은 아쉽게도 반쪽이 '글'일 뿐이다. 그의 포스트 잇 그림들을 모두 함께 옮겨 실어야 하지만 내게는 그런 시간적 여유와 의사가 없다. 단지 몇 가지 견본으로 그의 블로그에서 담아온 몇 가지 그림을 덧붙이는 걸로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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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지내는 시간이 하루하루 늘다보니 특별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통하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서로의 행동 패턴을 읽어내는 것일 수도 있고, <어린왕자>의 이야기처럼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과정일 수도 있겠지요.

눈큰이는 우리 사이에 대화가 부족하다면서 가끔 내게 불평을 하곤 한다. 마침 지하철에서 함께 출근하면서 이 글을 보여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봐봐~ 이런 거야. 우리 사이가' ...

헉... 그러나 몇 장 안가서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이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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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할 때는 어떻게 시간을 내서 만났었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매주 수요일을 Together Day로 정했습니다.
간단한 규칙도 정했습니다.
1. 매주 수요일은 약속을 만들지 말기. 퇴근 후 바로 집으로 들어오기.
2. 집에 와서도 집안일에는 신경 끄고 그냥 둘이 마주 앉아 이야기 나누기.
3. 늦어도 11시에는 잠자리에 들기(에너지 충전 시간.~)

오늘은 직장인들이 제일 신나한다는 월급날이었다. 막상 눈큰이와 나는 퇴근하고 나서야 오늘이 월급날인 줄 알았다. 내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관련 장관고시를 관보에 게재하겠다고 나온 정부에 항의하기 위한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전 얼른 신촌에 있는 초밥집에 가서 배가 부르도록 초밥을 먹었다. 1시간 20분 안에 초밥을 맘대로 먹을 수 있는 식당이다. 퇴근 후 바로 집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배불리 먹고 다시 시청으로 가서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세상에 토성을 쌓는다고 해서 얼떨결에 흙봉투를 받아서 맨땅을 손으로 긁다시피 하면서 흙을 퍼담기도 하였다. 에휴. 이 뭔 고생이란 말인가... 어쨋든, 눈큰이에게는 이 책 구절은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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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데는 하찮더라도 다  그 이유가 있습니다.
 
어떠 이유가 있을까? 언젠가 깨달을까? 늘 꿈꾸는 나에게 지금의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


# 생활부적 3종 세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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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힘들 때가 있지요.
삶이란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긴 마라톤 같이 숨 가쁘기도 하고 때로는 할 만하기도 하고,
언젠가는 환희에 차기도 하지요.
힘 내시고, 긴 인생 완주~해야지요.

이 작가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관련 포스트 잇 그림을 찾느라 몇 년 전 내용으로 돌아가 클릭을 해 댄 결과 몇 장을 건질 수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한 페이지가 채워진다. 참~ 부러운 재주다. 부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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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시간대 지하철은 전쟁터입니다. 타는 이는 타는 이대로, 내리는 이는 내리는 이대로, 이리 밀고 저리 밀리고...
요즘은 10분쯤 일찍 나가 두 정거장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출근길 45분 동안 '10분의 여유'를 즐기는 거죠.
그렇게 앉아서 눈높이에서 보는 만원 지하철을 그려보았습니다. 서계신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저대로의 여유를 부렸던 거죠.

생각의 전환을 잠시나마 할 수 있었던 곳. 그러나 2호선 순환선을 타야 하는 나로서는 몇 정거장 더 가서 거꾸로 오나 그게 그거다. 미어 터지는 건 매한가지... 하지만 그의 10분의 여유가 자못 신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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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dreamcook'님의 강연회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살아가면서 때로는 내면의 작전타임이 필요하다."
맞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 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어떤 회사에는 직원들이 이용하도록 의자 하나가 놓여 있는 주황색 방이 있다고 합니다. 그곳에 들어가 내면의 작전타임을 갖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아무리 바쁘게 살더라도 때로는 자기만의 '주황색 방'을 찾아가보면 어떨까요? 당신의 주황색 방은 어디에 있습니까?

나도 언젠가는 회사 사람들과 가끔 직원들이 잠시 들어가 혼자 있을 수 있는 "혼자만의 방" 같은 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곤 했다. 잠시 사람에 의해 상처받거나 흥분했을 때 이런 곳에 들어가 남을 향한 표현들을, 가령 '너 때문에 내가 못살겠어'라는 표현을 '나는 네가 이러이러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가슴이 뛰고 속이 답답해졌어'라는 식의 자기를 주인으로 내세운 언어로 전환하여 생각해 본다면 훨씬 마음을 쉽게 다스릴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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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하는 사람도 잘 해야 하지만
받는 사람도 잘 해야 합니다.
왜냐면 .... 인사는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사람들과 만나면 인사를 잘 하는 편에 속하는 나로서도 가끔은 그 되돌아오는 무뚝뚝함과 무반응을 보이는 사람 앞에서는 냉정하게 고개만 딱 숙이고는 지나가게 된다. 나도 모르게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느 회사마다 다 있나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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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사고를 위한 시야확장 방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하나, 시간의 축에서 생각해보라.
현재는 어떤가? 미래는 어떻게 될까? 역사적 배경에서 보면 어떤가?
둘, 공간의 축에서 생각해보라.
국내에서는 어떤가? 세계적인 시야에서는 어떤가?
셋. 사람의 축에서 생각해보라.
나는 누구인가? 상대방은 누구인가?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 이 내용은 야마다즈니 <왜 내말이 먹히지 않는거지?>의 내용입니다.

무슨 일을 결정하건 이 세가지 축만 기본적으로 세워져 있다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매사가 이리 생각하고 행동할 수 없는 법 그 중 한가지 축만이라도 깊게생각하고 판단한다 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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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 민박 홈페이지 http://www.kjstay.com/
여전히 '경주'하면 보문단지의 호텔이나 콘도 촌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독특하고 쾌적한 펜션, 게스트 하우스들도 많습니다.


언젠가 경주 여행할 기회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하며 정보로서 옮겨 놓았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여기서 귀찮게 많이 인용한 내 글을 여기까지 읽은 여러분을 위해서...
정말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가 좋다고 추천한 사이트니까 경주 갈 때 참조하시기를. 난 아직 들어가 보지 못했다. 경주 여행은 아직은 먼 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 느림이 주는 황금빛 선물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가급적이면 차를 세우고, 줄지어 선 나무들을 따라 가만히 걸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림자 길게 드리운 초겨울 햇살과 조금은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느리게 걷다 보면, 황금색으로 곱게 채색된 키다리 나무와 '솨아아~솨아아~' 소리를 내며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느리게 가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선물'을 한아름 챙기고 나면, 이곳까지 빠르게 수 시간 걸려 달려온 여독은 어느새 풀어지고 없을 것입니다.

솨아아 ~ 솨아아 ~ 내 기억속에도 저 나뭇잎들 바람에 몸부딪거리는 소리가 있다. 그게 반가왔다.

나처럼 책을 느리게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하루 반나절에도 뚝딱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글쎄... 이 책을 계기로 좋은 블로그를 하나 발견했다는 소득이 책이 준 소득이라면 소득일까? 부러움만 가득 느끼게 해 줬다. 그나저나 블로그에 가서 그림 몇 개 가져왔다고 글이라도 남겨야 할까부다. 그게 인터넷 에티켓이라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어제도 시청 광장에서 촛불 토론회를 보다가 집에 들어왔고, 오늘도 광화문에서 밤늦게까지 있다고 들어왔다. 낮에 몇 십명이 경복궁 앞에서 기습 시위를 하다가 전원이 연행되는 등 분위기가 많이 험악해진 날이었다. 평소에 광화문 앞에서 차분히 촛불을 들던 사람들 중에서 몇몇이 흥분해서 경복궁으로 가서 고립된 일부 아고리언들과 함께 하자고, 여기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뭐가 해결되냐고 항의를 해서 왔다갔다 하다가 눈큰이가 피곤하다고 하고, 나도 연일 오래 서있었더니 몸이 피곤하여 11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했다. 또 청소를 못하고 있다. 내일은 일찍 들어와서 청소라도 좀 할 수 있으려나?

별점 : 2점

함께 듣는 음악은 Noa의 "Blue Touches Blue"(2000) 앨범 중 15번 곡 "beautiful that way"이다.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음악에 가사를 붙여 부른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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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안토니오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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