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 보는 것도 끊었고, 심지어 인터넷 뉴스도 일주일에 한 번 볼까 말까해졌다.
물론, 아침 자명종 대신 예약해 놓은 시간에 켜지는 아침 뉴스와 눈큰이와 함께 아침을 먹으면서 듣는 손석희의 시선 집중, 출근할 때 차 안에서 가끔 듣는 8시 뉴스와 저녁 드라마 바로 후에 나오는 텔레비전 뉴스는 별 의미 없이 귀에 듣고 흘리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세상 이야기를 듣는 것에 많이 게을러졌다는 의미라니...

손석희의 시선집중 또한 요즘들어 손석희의 '객관성을 핑계삼은 주관적 형평성에 맞는 질문들'에 눈큰이와 같이 질이 떨어졌다며 불평을 하고 있지만... ^^;

오늘 내가 쓸 이야기가 '불평은 이제 그만~'이었는데 불평없는 세상이란 없나보다.

회사에 가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사안을 가지고 뒷얘기들이 무성한 회사 풍토가 회사가 어려워질수록 더욱 심해짐을 느낀다. 마치 '너 딱 걸렸어' 기다렸다는 듯이 조소와 비웃음을 섞어서 식사 시 반찬 먹는 것처럼 일삼는 언행들을 요즘들어 다시 자주 맞딱뜨린다.

일전에는 "무능한 관리직 직원들은 떠나야 한다"고 같은 직급 직원들을 대표해 글도 쓰고 했던 나와 비교하면 나 스스로가 상당히 달라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지금도 불끈 불끈 그런 생각이 들 때도 나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부던히 애를 쓴다. 불평은 항상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언젠가 눈큰이가 함께 일하는 한 직원과의 생활에 대해서 힘겨워한 적이 있었다. 물론 나 자신도 그 직원의 행동에 대해서 언짢게 생각이 되었지만, 어쨋든 눈큰이를 위로해주기 위해서 이것저것 궁리하던 중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내가 상관에 대해 심하게 분노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옮겨와 일기장에 적었던 시 하나가 떠올라 이전 일기장을 들춰본 적이 있었다. 바로 이성복 시인의 "그 순간은 참 길었다"이다.

그 순간은 참 길었다.

그후 나는  우리가 만나기 전에 당신이 지나온 길을 지나갔고
당신은 내가 지나온 길을 지나갔습니다.
- 로버트 프로스트, [만남과 지나감] -

바람 쐬고 오는 길에 저쪽에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오고 있었다.
엉겁결에 길 옆 상가건물의 교회로 들어갔다.
그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나왔지만, 다니지도 않는 교회 입구에서 그 순간은 참 길었다.
또 언젠가 그 사람이 내 앞에서 오는 걸 보고, 돌아서 다른 길로 들어가려다 정면으로 마주쳤다.
앞만 보고 걸었지만 그 순간도 참 길었다.
그리고 또 언젠가 내가 오는 걸 본 그가 골목 안으로 쑥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내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을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치면서,
그 순간은 한참 더 길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모여서 누군가에 대해서 험담을 하기 시작하면 나 스스로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를 피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아예 그런 상처주는 말들을 쉽게 말하곤 하던 사람 옆에 있는 것을 나 스스로 피하게 되고 그만큼 외톨이가 되간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냥 옆에서 맞장구 쳐주면서 함께 동의해줄 수도 있으련만, 자꾸 그런 상황이 이전과는 다르게 힘겨워진다.
그러다 보니 집에 돌아오거나 메신저로 만나서는 눈큰이에게 불평이 더 심해졌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거리낌없이 남에 대한 불평을 할까?" "난 정말 도저히 못견디겠어"

물론 회사에서의 나의 말수도 많이 줄었다. 사람도 꺼리게 되고 다친 다리를 핑계삼아 점심도 먹고는 바로 올라와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곳에서 이런 나의 행동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사람들과 섞이기가 점점 싫어진다.
오늘도 눈큰이와 저녁을 먹으면서 한숨을 쉬면서 그녀에게 말한다. "결국 조직도 사람이 모여서 움직이는 건데 참 걱정이다."
그들도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어 그에 대한 해소 방안으로 함께 모여 휘발성강하고 자극성 강한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같이 섞이면 어떤가? 왜 나는 점점 그들과 멀어지려고만 하는 걸까?

그럼에도 귀에 쏙쏙 들리는 라디오 내용은 마음공부다. 오늘 아침 출근할 때 눈큰이와 같이 들었던 라디오 내용 중에 "마음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훈련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 이야기 속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한 가지 생각해 보십시오. 누군가를 부정적으로 보았다면 그 순간 즉시 그 누군가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서 떠올려 보세요.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면 그 다음에는 꼭 어떤 긍정적인 생각을 떠올려 보세요. 이런식으로 마음에 균형을 취하게 하는 것 또한 훈련을 해야 합니다" 라는 내용이 계속 기억에 남는 유일한 멘트이다.

생각해 보면 나 또한 한 번 내게 찍힌 사람을 대할 때면 이상하게 마음이 들뜨고 잘 진정이 되지 않는다. 평소에 잘 웃던 내 표정도 의식적으로 웃는 척 해야 하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선다.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이 순간 풍경소리 고요하게 울리며 정적이 깃든 대웅전 마루위에 가부좌를 틀고 꾸벅꾸벅 졸고 싶다. 눈큰이와 평안하게 여행했던 그 때처럼...

함께 듣는 음악은 Urban Tale의 "Urban Tale"(2001)앨범의 5번 곡 "One Day (I'll make you min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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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안토니오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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