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리처드 와이즈먼 | 역자 한창호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2008)

다시 또 대학다닐 때,
사실 나는 부전공이 정치외교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나는 심리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하고 싶었더랬다. 그 동기가 뭐냐구?
대학을 들어가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기차속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내 초등학교 때의 이상형이었던 그녀가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소리 때문이었다. 얼마나 비학문적 동기였는가? ^^;
근데 심리학 관련 몇 과목을 신청하고 나온 점수는 바닥을 기다 못해 아예 본드로 접착시켜 놓은 것 마냥 착 달라붙어 있었다. 당시에 학점같은 건 전혀 신경쓰지 않던 나에게조차 그런 점수는 내 사전에 없을 것 같았던 절망적인 점수였다. 
'결과야 어떻든 공부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면 부전공으로 계속 할 수도 있었을 거 아냐?'
 누군가 그렇게 묻는다면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내게는 절망적이었다. 모든 것이 암기였다. 몇 년도에 어떤 학자가 어떤 학설을 만들었고, 대표적인 실험이 뭐가 있었다. 뭐 이런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들에게 이런 건 아니었던 거 같다. 동기녀석 한 명은 그 수업들이 너무 재미있다고 했고 (물론 점수도 하늘을 날았다), 난 바닥에서 좀 올라갈 요량으로 복학 후 재수강을 할 때도 그 친구가 기록해 놓은 노트를 보면서 달달 외웠지만, 그 결과 또한 절망적이었다.
학문적인 이유로 나는 심리학과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런 상황과 타이밍도 정확하게, 간간히 소식을 전하던 그 친구하고도 연락이 끊겨 버렸다.
에잇~
그 이후로 난 심리학에 의도적인 거부반응이 생겼다. 왠지 내가 접근해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름 정당화 하는 논리도 개발했다. 아니 이 사회의 복잡한 메커니즘은 살피지 않고 무조건 개인들의 성향으로, '사회인'의 성향으로 판단하는 저런 연구 방식은 결국 어떤 것도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바득바득 우겨댔다.
물론, 이 책이 그런 나의 심리학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없앤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대학 수업 때 이 책에 나오는 몇 몇 소재만 적절하게 넣거나 학생들을 상대로 재미있게 실험도 하면서 수업을 진행했다면 나같은 낙오자는 생기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이 책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여기서 소개되는 각종 심리 실험들도 아직은 세계 심리학 학계에서는 '괴짜'로 평가되는 비주류의 심리학 소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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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가장 뚜렷한 징표는 목소리와 (무의식적으로 선택하는) 단어 속에서 나타난다. 설명할 때 주요 세부사항들을 빼먹거나, 말을 하다가 멈추거나, 주저하는 빈도가 증가하거나, '나'를 언급하지 않거나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거짓말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거나,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리는 미세한 정보를 기억하는 등 거짓말쟁이들이 드러내는 비밀스러운 표식에 귀를 기울이라. 그러면 속임수의 얇은 장막은 벗겨질 것이다.

흔히들, 그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구분해 낼 수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여기 소개되는 실험에서는 TV를 통해서 진실, 거짓을 구별하는 것보다는 라디오를 통해서 진실,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확률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아무리 눈을 쳐다본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사기꾼들은 거짓을 더욱 진실처럼 말하는 눈을 하고 있다. ㅋ 진짜 누군가로부터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고자 하는 상황이 온다면 지그시 눈을 감고 그가 내뱉는 말을 유심히 들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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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12월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은 의회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연설을 하게 되었다. 그는 전에도 몇 차례 소개했던 실화를 들려주기로 했다. 그 이야기는 이렇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대공포화로 크게 파손된 B-17 폭격기 한 대가 영국해협을 가까스로 건너고 있었다. 비행기 아래쪽에 매달려 있던 총좌가 포격을 당하면서 그 안에 있던 기관총 사수가 부상을 입고 갇히게 되었다. 비행기 고도가 떨어지자 기장은 부하들을 낙하산으로 탈출시켰다. 그러나 사수는 총좌에 갇힌 채 비행기와 함께 추락할 운명이었다. 기장은 겁에 질린 사수에게 "걱정 말게. 우린 함께 떨어질 테니까"라고 말했고 이 장면은 비행기에서 마지막으로 뛰어내린 병사에 의해 목격되었다.
......
정말 대단한 이야기이기는 한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 사건은 실제로 일어난 적이 없었다.

갑자기 이승복이라는 어린 아이가 공산당들이 치켜든 총검 앞에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쳤다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씁쓸했다. 옛날 초등학교 수학여행 코스로 갔던 곳이 이승복 어린이가 살던 생가와 그 당시 무장공비들이 사람들을 죽였다던 그 산 속 길이었다. 그 때 어린 나이에 내가 그 시커먼 숲 속 속에서 굉장히 큰 공포감을 느꼈는데, 고등학교 수학여행까지 합쳐서 기억에 남는 장소라고는 그곳밖에 없다. 그 때 버스 안내원인가가 이런 말을 했었다.
"저기 저 산 속 비탈길 보이시죠? 여러분~ 저기에 무장공비가 나타났었는데, 어느날 무장공비가 저 나무 속을 벗겨서 그 속으로 들어가 숨어 있었는데 나물을 캐던 아줌마들이 그 앞에서 오줌을 누고 있다가 그 나무 껍질 속에 숨어있던 그 사람의 눈과 딱~ 마주쳤대요. 너무 놀라 도망가던 아줌마를 무장공비가 쫓아가 잔인하게 칼로 죽였답니다"
대학에 들어와 어느 가수인가? 노래패가 부른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정확한 가사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승복아~ 이젠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렴. 이젠 자유롭게 저 하늘로 훨훨 날아가렴~"이었던 거 같은데... 그 때 그 노래를 들으면서 괜히 눈시울이 시큰해진 적이 있다. 공포에 얼룩진 내 어린 시절 기억 때문이기도 했으리라.
 
# 초능력, 유령, 저주파 연주회
숨은 메세지를 담고 있는 듯이 보이는 애너그램(anagram: 철자 바꾸기)에도 똑같은 생각이 적용된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US President Ronald Reagan)'을 재배열하면 '퇴짜 맞은 무식한 바보'(repulsed and ignorant arse)'인 데 반해,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President Clinton of the USA)'의 애너그램은 '그는 성관계를 가지려고 수습 직원들을 찾는다(to copulate he finds interns)'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애너그램은 애너그램 전문가인 코리 칼훈이 찾아낸 것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 Whether 'tis nobler in the mind to suffer / The slings and arrows of outrageous fortune(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화살이 꽂힌 고통을 참는 것이 과연 장한 일인가)"이라는 대사다. 이 구절은 <햄릿>을 완벽하게 요약하는 애너그램으로 바뀔 수 있다. "In one of the Bard's best-thought-of tragedies, our insistent hero, Hamlet, queries on two fronts about how life turns rotten (셰익스피어가 최고로 여기는 비극으로 우리의 고집 센 주인공 햄릿은 삶이 어떻게 부패하는지를 두 개의 관점에서 묻는다)."

얼마 전 교육을 갔다가 강사로 나온 주철환씨(전 피디, 현 경인방송 사장) 강연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 때 그가 상상력을 기르는 방법으로 추천해 준 것이 "언어의 핏줄 찾기"였다. 그는 '훌륭한 언어는 음악이다'라고 말하며 댓구와 리듬을 중요시 하면서, 어려서부터 말을 가지고 장난 치는 것을 즐겨 했다고 한다. 가령 그의 영문 이니셜 C.H를 가지고도 멋진 리더의 자질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C : Creativity, Communication
H : Humanity, Harmony
또 삶의 교훈도 이런 식으로 설명했다.
"비교하면 비극이 된다
비교하지 말고 비유를 하라"
좋은 프로그램에 대한 그의 정의는 이렇다.
"처음봤을 때 짱~ 하고
 끝났을 때 찡~ 한 프로그램"
이런 게 애너그램이 맞는 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주철환 사장은 이런 식으로 단어를 가지고 그 뿌리를 캐나가는 놀이를 한 것이 지금, 자신이 성공한 피디로 남은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이야기랑 상관없지만, 그가 MBC피디로 입사해서 처음 맡은 일이 "모여라~ 꿈동산" 조연출이었는데, 글쎄 그 유명한 노래를 그가 작사, 작곡했다고 하면서 노래를 직접 불러줬다. 자신의 인생관이 다 닮겨 있는 노래라고 한다. ^^

숲길을 돌아
구름을 타고
꿈동산에 왔어요.

새들은 날아
꽃들은 피어
노래하는 꿈동산

하늘아래 땅위에
모두가 친구죠

아무래도 좋아요
꿈동산엔 담장이
없으니까요.

아직까지 노래방에까지 살아있는 20여분만에 만든  자신의 불후의 명작~ 이란다. 대단하다.
굉장히 여성스럽게 생겼고, 말하는 것도 여성스럽다. 그런 만큼 어렸을 때 별명이 "주마담, 아줌마" 등의 여성 비하적인 별명이었다고 한다. 특히, 남성들끼리 하는 축구나 야구 이런 운동들에서는 주변 친구들이 끼워주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동안인 것은 그 땡볕에서 뛰어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러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이렇게 공상하고 스스로 노래를 만들어 외우는 일을 즐겨했다고 한다. 하여간 재미있는 양반이다. 76년에 대학 졸업을 했다고 하는데,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그 당시 정치나 시대를 이야기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은 '재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고, 찾고있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어른은 정말 처음 뵌 것 같다.색다른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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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유독 유령에 예민한 사람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유령이 나온다는 장소를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아무 경험을 하지 못하는 반면 똑같은 장소를 돌아다니면서도 불안하고 섬뜩한 실재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기묘한 현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상상력이 매우 좋은 편이다. 그들은 최면에 걸리기 쉬운 유형으로 이를테면, 집을 나올때 진짜로 다리미를 껐는지 아니면 껐다고 상상만 하는 것인지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들은 귀신이 진짜로 자신들 뒤에 서 있거나 방안의 구석진 곳에 숨어 있다고 확신한다. 그 결과 그들은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머리털이 곤두서거나 소름이 돋는 등의 두려움과 관련된 수많은 신체적 신호를 만들어내게 된다.

가끔 밤 늦게 집에 들어가는 골목에서나, 엘레베이터 속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고 머리가 쭈볏거릴 때가 가끔 있다. 그럴 때 고양이라도 한 마리 지나가면서 야~ 옹 하고 울어대면 그 땐 거의 죽음이다. 어렸을 적 다섯식구들이 한 방에서 잘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자다가 눈이 떠질 때면 벽에 걸려 있던 아버지 옷들이 꼭 귀신처럼 보여서 눈을 꼭 감고 엄마 품속으로 파고 들었던 때도 기억이 난다.
뭐~ 지금이야 많이 좋아졌지만, 가끔 만나는 이런 느낌은 썩~ 기분 좋은 느낌은 아닌데. 맙소사~ 정말 나도 자주 '내가 오늘 와이셔츠를 다리고 다리미 코드를 뺏었나?' 출근해서도 노심초사할 때가 있고, '아~ 내가 보리차를 끓인다고 약한 불로 켜 놓고 운동을 온 게 아닌가?' 하면서 런닝 머신 위에서 계속 불안할 때가 있다. 막상 집에 들어가서 확인하면 별일이 없었는데 말이다.
다 정확한 진단인데... 왜 나는 상상력은 매우 떨어질까? 그게 내가 드는 또하나의 의문이다. ㅋ  

# 누가 나를 조종하는 건 아닐까?
1990년대에 텍사스 테크의 찰스 아레니(Charles Areni)와 데이비드 킴(David Kim)은 와인숍에서 연주되는 음악이 손님들의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실험자들은 점원으로 가장하고 모차르트, 멘델스존, 쇼팽 등 클래식을 틀었을 때와 플리트우드 맥, 로버트 플랜트, 러시 등 팝송을 틀었을 때 손님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음악은 손님들이 와인 선반에 얼마나 머무르는지, 와인을 몇 병이나 살펴보는지, 심지어 와인을 몇 병이나 구입하는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대신 음악은 사람들이 구입하는 와인 가격에만 극적인 영향을 미쳤다. 클래식이 연주될 때 사람들은 팝송이 연주될 때보다 평균 세 배 이상 비싼 포도주를 샀다. 클래식을 들음으로써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고상해진 느낌을 받았고, 이는 소비에도 영향을 미쳐 훨씬 더 값비싼 포도주를 사게 했던 것이다.

난 음악을 좋아한다. 그것도 대부분 'World Music'이라고 분류되는 잡다한 음악들, 특히 사람 목소리가 들어간 음악들을 좋아한다. 그러나 가끔 눈큰이와 '분위기 좋은 카페'로 가자고 하면 조용한 클래식이라든지 소프트한 재즈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곳을 찾는다. 그런 곳은 또 가격도 비싸다. 만일 시끄러운 음악들이 나오는 곳에서 그런 가격을 요구하는 메뉴판을 만났다면 썩~ 앉아있고 싶지 않았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여튼 재미난 실험이라는 생각이 든다. ^^;

자신이 바라는 이성상만을 묘사한 광고에 호감을 표시한 사람은 소수였다. 자신에 대해서만 묘사한 광고는 그보다는 조금 나은 대접을 받았다. 그럼 제일 좋은 광고는? 그렇다. 자신과 타인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하여 자신에 대해 70퍼센트, 상대에 대해 30퍼센트 정도를 할애한 광고가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만일 광고의 70퍼센트 이상을 자신에게 할애한다면 당신은 자기중심적인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반면 70퍼센트 이하를 할애한다면 약간 미심쩍은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

어느글이 이성간에 매력을 가장 많이 끌게 하는지를 실험했던 조사였는데 '연락을 가장 많이 할 것 같던' 소개글은 다음과 같은 글이었다.  

진실되고, 매력적이고, 외향적인 전문직 여성으로 유머러스함. 건강에 관심이 많고, 사람을 좋아하며, 음악, 여행을 즐깁니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성격 좋은 남자를 찾습니다. 함께 우아한 시간을 보내요.

한 가지 재미있었던 실험은 남자들의 소개글을 놓고 남자들에게 '여자들이 어떤 글에 매력을 느낄것 같냐?'고 질문하여 높게 선택한 소개글의 경우 실제 여자들이 '연락하고 싶은' 느낌을 높게 표현한 반면, 여자들의 소개글들을 놓고 여자들에게 '남자들이 어떤 글에 더 높게 매력을 느낄 것 같냐?'고 질문하여 높게 선택한 소개글의 경우에는 남자들은 별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실험이다. 그래서 내린 작가의 결론은 ...

어쨌든 여자들이 남자친구를 구하는 광고를 내고 싶다면 결론은 간단하다. 미남들의 관심을 얻고 싶다면 광고를 써줄 남자부터 구하라.


# 세상에서 제일 웃긴 농담을 찾아라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여교사가 아이들에게 분풀이를 하기로 했다. 그녀는 "자기가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일어나 볼까!"라고 말했다. 몇 초 후 한 아이가 천천히 일어났다. 여교사가 그 아이에게 물었다. "네가 바보라고 생각하니?"
아이가 대답했다. "아니요…… . 하지만 선생님 혼자 서 계시면 창피하실 것 같아서요."

이 장에서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웹사이트에 올린 웃긴 농담들을 많이 인용하고 있지만, 정작 내가 보고 씨~ㄱ 웃은 것은 이 구절과 뒤에 소개될 클린턴 대통령을 풍자한 인용구였다. 그만큼 국가별, 문화별로 농담을 받아들이는 게 차이가 크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 각국의 농담들 중에서도 이 실험자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최고의 농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독자들이 우월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 ... 다른 사람에 대해 우월감을 느낄 때 웃음이 터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 플라톤이 <국가>에 이런 사실을 설명했었다. 우월성의 이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고대 정글에서 결투가 끝난 후 승리의 함성'을 지를 때 드러나는 이빨에서 웃음의 기원을 찾는다. 이런 동물적이고 원시적인 연상때문에 플라톤은 웃음 애호가는 아니었다. 그는, 타인의 불행을 비웃는 일은 잘못이며, 웃음은 통제력을 잃게 해 인간성을 불건전한 방향으로 이끈다고 생각했다. 철학의 아버지인 그는 웃음이 야기할지 모를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여 시민들에게 희극을 보지 말라고 했다.
......
중세에는 난쟁이들과 곱사등이들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정신이상자들과 쇼에 등장하는 불구자들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1976년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사람들은 희극배우를 묘사하는 형용사로 '뚱뚱한(fat)', '불구의(defomed)' '바보 같은(stupid)'과 같은 단어를 나열했다고 한다.

몇 년 전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보면서 수도원의 서가 속에 감추어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웃음'에 얽힌 사연이 문제해결의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하는데, 그 수도원 원장과 주인공 간의 그 웃음에 대한 지난한 대화구절을 읽으면서 난해해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이러한 웃음에 대한 감춰진 서양의 금기에 대해서 접했다면 그 책을 이해하는 데 훨씬 수월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가령 서구의 종교적 근본주의와 비교해서 쓴 다음과 같은 글처럼 말이다.

 유머를 즐기기 위해서는 장난을 좋아하고, 모순을 받아들이며, 불확실성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유머는 권위에 도전하고, 성적으로 노골적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웃음은 자기통제와 자기규제를 상실하게 한다. 이런 여러 요소들은 종교적 근본주의와 상충되는 것이다.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은 농담보다는 진지함, 불확실성보다는 확실성, 무의미보다는 의미, 충동보다는 자기규제, 혼란보다는 권위, 유연성보다는 엄격성에 가치를 둔다는 것이 사로글로(Vassilis Saroglou)의 주장이다.

사실, 이 구절은 나에 대한 불만 때문에 옮겨놓은 구절이다. 내가 무슨 어떤 종교적 근본주의를 지지하는 것도 아닌데, 왜 내 몸과 정신 속에는 이렇듯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의 속성이 고스란히 베어있는지 모르겠다. 진지해서 늘 내가 던지는 농담들은 친구들에게 '썰렁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햇고, 어떤 일이건 '의미'를 (자의든, 타의든) 갖다 붙여야만 마음이 안정되었으며, 충동적인 것 보다는 한참을 생각하는 체질이고, 몸 자체도 뻣뻣하여 내가 가진 경직성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늘 동경하는 것은 장난 스레, 구성지게 농을 푸는 사람들, 앞일에 대해 맘 편히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것마냥 여유로운 사람들, 아주 힘든 일에도 씩~ 웃어재끼는 사람들을 보면 우와~ 그렇게 대단해 보일 수가 없다. 이제는 나의 이런 성격을 고치기는 힘든 일... 조용히 부딪히지 않으면서 그냥 눈큰이만 나의 본질을 알게끔 나를 감추는 길 뿐이다. 흠~~  

사람들의 우월감을 고취할수록 사람들은 더 크게 웃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구자나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지는 광경을 재미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불구자 대신 교통순경이 미끄러지면 모든 사람이 무릎을 치며 웃음을 터뜨린다. 이는 수많은 농담이 정치가(그리하여 데이비드 레터맨은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길이 막히던지 섹스에 대한 클린턴 대통령의 정의보다 훨씬 더 좁은 공간을 겨우겨우 쥐어짜듯 지나왔다니까")나 판사와 변호사 같은 권력자를 공격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종종 권력자들은 이런 측면을 보지 못하고 농담을 권위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으로 여기기도 한다. 히틀러는 유머가 그런 식으로 활용되는 것을 우려하여 강아지에게 '아돌프'라는 이름을 붙이는 등의 행위를 처벌했다.

명박씨와 그 떨거지들! 당신들 들으라고 옮겨 놓은 글임돠... 지난 주 기사에서 아고라의 대표적 논객 중 한 명이었던 '미네르바'가 절필을 선언했다는 글을 접했다. 아무래도 모종의 직접적인 압력이 그에게 전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세상에 인터넷 상에서 정부 비판의 글을 썼다고 그 사람 신원까지 확인해 가면서 압력을 행사한다니. 미네르바는 이렇게 글을 썼다.
"오늘로서 나는 '한국인'임을 포기한다"라고... 
웃기는 세상이다. 일전에 한 대학에서 독재 시절 언론통제를 보여주는 전시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한 신문사 사진기사가 군대 사열식을 받는 전두환을 단상 뒤에서 찍어 사열식 장면과 전두환이 뒷모습으로 경례를 하고 있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신문기재 불가 판정을 정부로부터 받은 사진이다. 그 사진에는 붉은 글씨로 '불허'라고 쓰여있던 것 같았는데(정확하게 명칭이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사연인즉슨, 전두환의 뒤통수가 너무 적나라하게 대머리라는 게 드러나기 때문이었다나? 참... 설명글을 읽으면서 한참을 포복 절도했는데... 어흑... 이런 글 쓰고 있는 나 스스로 자기검열을 해야 하는 위축된 세상이 다시 또 등장하다니...  
한편, 7,80년대 대학가 화장실의 글들에 이런 웃지 못할 권력자들에 대한 농담이 많았다고 그러는데, 그런 내용들만 모아 전시장 각 전시 칸을 화장실처럼 만들어 그 때처럼 재현해서 그 농담들을 전시한다면 정말 기발하고 성공적인 전시회가 될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제안해 봐야지. 근데... 어디에서 내 제안을 받아나 줄까? ㅋ

#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97년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미국인들에게 누가 천국에 갈 것 같은지를 물어보았다. 빌 클린턴이 진주로 꾸민 천국의 문에 들어갈 것이라고 답변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52퍼센트였다.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60퍼센트로 클린턴보다 높았고, 2위를 차지한 테레사 수녀는 응답자의 79퍼센트의 지지를 받았다. 그렇다면 누가 응답자 87퍼센트의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을까?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천국에 갈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선한 사람들이 모인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

정말 놀라운 결과다. 아니 어떻게 나 자신을 테레사 수녀보다 천국에 갈 확률이 높다고 응답할 수 있을까? 작가는 그런 작태를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선한 사람들이 모인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인간들의 뒤틀린 이면을 꼬집고 있는 듯하다. 근데, 나라면 정말 이렇게 대답 안했을 텐데... 혹시나, 내가 읽은 『오래된 미래』에 나오는 라다크 사람들이라면 그리 답변해도 이상하지 않기는 하겠다.^^

러바인의 연구팀은 인구밀도가 친절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발견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가 불친절한 이유가 무엇일까? 밀그램의 이론에 따르면 인구가 많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과중한 '감각과부하'를 경험한다고 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 휴대전화, 온갖 교통수단, 광고 등으로부터 끊임없이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렇게 많은 정보에 노출되면 시스템은 우선순위를 매기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정보를 처리한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이론은 하나의 역설을 만들어낸다. 즉, 사람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외로움과 고립감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
러바인은 생활 속도가 느린 도시들의 친절도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밀그램의 이론대로 삶의 속도가 빠를수록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표에서 빗나간, 주변적인 요인들에 할애할 시간을 줄이기 마련이다.
삶의 속도가 빠른 사회는 그 외에도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80년대 후반 러바인의 연구팀은 미국의 36개 도시의 생활 속도와 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살펴보았다. 삶의 속도가 빠른 도시인들은 A타입일 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A 타입은 경쟁적이고 조급하다. 그들은 단기간 내에 큰 성과를 거두려 한다. 또한 말도 빨리 하고 다른 사람들의 말도 잘 가로챈다. 그들은 식사도 급하게 하고 시계도 자주 들여다본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런 삶의 방식이 신체에 상당한 압박과 긴장을 가한다고 생각한다. 러바인의 연구 결과 삶의 속도가 빠른 도시인들 중에 흡연자가 많고 관상동맥 질환자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적인 분석을 통해 각 도시의 보행 속도, 시계를 차는 사람들의 비율 등으로 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평소 내가 관심이 많았던 대도시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대한 단편을 옅볼 수 있어서 옮겨봤다. 특히 짐멜이 이야기하는 대도시 속에서의 '지성의 우위와 감성의 숨김'에 대한 이론을 매우 정확하게 뒷받침해주는 실험결과라서 반갑기도 했지만, 그 반가움보다는 나 또한 이 외로움과 고립감을 크게 느끼고 있고, 실제로 빨리 먹고, 타인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갑자기 귀가 멍해 지는 경험들이 많아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이 밖에도 실험을 해보면 알게 되겠지만 짐멜이 말한 것처럼 더 큰 자극을 요구하게 되고, 아마도 도시 속에서 공적으로 드러나 있는 그 사람의 모습보다는 비공개적인 삶의 또 다른 영역에서야 비로소 진정한 그 사람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대도시에서는 갈수록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변태'가  많아진다.

내가 만일 심리학 교수여서 첫 심리학을 들으러 온 학생들 앞에 섰다면 난 어려운 심리학 용어들을 들먹이지도 않을 거고,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황당한 질문을 던지지도 않을 것이다.
가령 몇 가지 사진들 또는 영화 컷들을 준비해서 학생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벤치에 앉아 서로를 응시하는 사진들 또는 영상들,
헤어진 이후 절망에 휩싸인 사진이나 영상,
구걸하는 사람 옆을 유유히 걸어가는 양복쟁이 사람들의 숱한 발걸음들,
무언가를 보고 박장대소하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들,
슬픔으로 눈물이 범벅된, 때론 기쁨으로 눈물이 범벅된 사람들의 표정들,
 
이런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면서 한 마디 할 거다. '여러분은 누구십니까?'라고.

일정정도 심리학에 대한 극도의 공포감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약간 재미를 준 책이었다. ^^

함께 듣는 음악은 Tommy Reilly의 "Serenade"(1986)앨범 중 13번 곡인 Mendelssohn의 "On Wings Of Song"이다. The Academy of St.Martin-In-The-Fields Chamber Ensemble과 함께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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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안토니오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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