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초에 거래하던 업체에서 달력을 보내왔었다.
한 해가 벌써 이렇게 가는 건가 하면서 마음이 덜컥 했었는데, 눈 깜빡할 사이에 벌써 한 달이 지나버렸다.
그 사이 세상은 주가가 폭락하고, 끝없이 무섭게 달릴 것만 같았던 신자유주의 시장을 대변하던 월가가 폭싹 주저앉는 대 사건이 일어났다.
많이는 아니지만 넣어두었던 펀드는 회복 불가능의 지경에까지 이르러 그냥 쳐다보지 않고 억지로 오랜 시간 묵혀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나 같은 소액 펀드 가입자는 어디 하소연할 사연도 못되는 때니 그냥 혼자서 착잡해 할 뿐.
한 친구가 그런 말을 했었다.
"주식투자니 펀드니 하는거 그건 결론적으로 국가가 인정한 도박장에서 도박하는 거에 불과해"라고...
내가 투자하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도 알 길이 없는 곳에 나는 그냥 이윤이 높다길래 돈을 넣은 꼴이었다. 왜 이런 무모한 일을 했을까? 후회는 들어도 이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평소 우리 부부 모두 경제에 대한 관념이 전혀 없어서 그냥 남는 돈이 있으면 은행에서 '~ 카더라' 하는 곳에 맡겨 놓는 방식을 택했었다.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오르는 집값을 쳐다보면서는 '세상이 정말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융자를 껴서 집을 사기 보다는 당분간 이집 저집 전세로 옮겨 다닐 계획으로 살아왔었는데, 그러다 보니 2년에 한 번씩 전세값을 올려야 해서 장기적으로 예금을 하고 그럴 여력이 없어서 단기에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곳에 주식과 관련된 펀드를 군데군데 들었는데... 어흑...
물론, 황당한 집값은 거품이 조금씩 빠져가고 있다고 그러는데(그게 정말 상식적인 건데) 뭐 부동산이 흔들리면 나라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면서 정부는 다시 부동산 투기 활성화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주는 일에 열을 내면서 달겨들고 있다. 종부세며 양도세 완화, 수도권 규제 완화, 그린벨트 해제 등 도무지 상식과는 전혀 다른 정책들을 펴 나가고 있으니 답답하다. 
어찌어찌 돈을 모아 집을 장만했던 직장 동료가 개념없어 보이는 나를 보고 "집값은 절대 안떨어져요. 선배도 빨리 하나 장만하세요"라고 했을 때, 난 코웃음을 치며 '난 아파트라는 공간자체도 조만간 메리트가 없어질 것이며, 또 땅을 가지고 장난치면서 이윤을 얻는 종자들도 곧 피눈물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상식적인 예측을 하면서 그의 권유를 일축했었다. 
물론, 그 생각이 변한 건 아니지만 이렇게 대놓고 투기를 조장하는 건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동안 부동산 열풍으로 엄청난 초과이득을 낸 건설업계들이 요즘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남에 따라 부도 위기에 쳐했다고 난리들인데, 정부에서 그들을 위해 미분양 아파트를 사줬는데 그중 상당수가 코오롱 아파트의 미분양 주택이었다고, 그 코오롱 건설은 실세와 관련이 있는 업체라는 뉴스소식을 들었을 때 ... 참 할 말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정말 개념없이 그러고 싶을까? 어디 그렇게 대신 사줘서 코오롱 건설이나 실세라는 작자가 얼마나 오래 버티나 두고 볼 일이다. 
어떻게 되었든, 참 요즘 의욕이 없게 만드는 일이 너무 많다. 헛된 욕심을 부렸던 많은 사람들이 거품의 붕괴 속에서 공황상태에 빠지고 있는 요즘, 그렇게 크게 욕심부리지 않아 다행이도 푼돈 조금 날려버린 정도의 나에게까지 삶의 무기력증을 가져왔다. 매사 의욕이 없고, 또 일하기도 싫다. 뭔가 나에게도 세상에게도 쇄신이 필요할 때이다. 그러나 그 방향과 방법에 대해 그 누구도 쉬이 답을 내 주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지리멸렬하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란 표현은 이런 때 써야 할 것인가?


버락 오바마가 놀라운 힘으로 힐러리를 누르고 민주당 대선 주자로 확정되었을 때조차 그가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었다. 그리고 메케인이 페일린이라는 주부 모델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여 페일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을 즈음, 난 흑인인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었다. 그 즈음이었을까? 메케인 진영이 여론조사에서 버락 오바마를 앞서고 있었을 때였다. 
직장 사람들과 점심을 먹던 중 누가 당선될 것인가에 대해 10만원을 거는 내기를 하자고 했었다. 10만원? 으악~ 그 때 나는 "전 내기에는 빠질래요. 그냥 제 예측으로는 오바마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메케인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었다. 의지를 담아 오바마가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반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메케인이 될 거라는 예측을 하는 사람이 반 정도 되었다. 
그리고 두 달 정도 후, 결국 오바마가 당선되었다. 솔직히 놀라웠다. 자주 찾는 해외 언론 사이트에서는 '여론 조사에서는 오바마가 앞서지만, 실제로 인종주의 변수는 여론 조사에서 대체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기사를 대선 투표일 2주 전쯤에 내보냈었다. 물론 그 기사의 말미에는 '인종변수가 미국 내에 일정정도 크게 잠재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부시와 공화당이 만들어놓은 이 경제위기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인종변수는 이번 선거에서 묻힐 것이다'라는 짧은 기사로 일말의 희망을 걸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말 불안불안했다. 
그러나 정말 놀랍게도 미국민들은 압도적으로 오바마를 지지했다. 특히 여성과 미국 내 주변인으로 머물러 있었던 유색인종들, 그리고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가 오바마의 당선을 이끌었다는 것은 정말 한국에 사는 나로서는 부럽기 짝이없는 모습이었다. 
오바마와 같은 걸출한 지도자를 만나게 된 것도 부러웠지만, 정작 그런 지도자를 제대로 뽑을 줄 아는 미 유권자들의 힘이 부럽기도 하였다. 
8년 전이었나?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미 전역에서 날아든 사진들에는 "I'm Sorry"라는 푯말을 든 사람들이 시무룩하니 서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8년 후, 그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 하고 있었다. 
며칠 동안 나는 오바마와 관련된  웹사이트를 찾고, 그의 연설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듣기까지 했다. 진즉에 영어좀 공부할 것을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저 많은 사람들이 그가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두 손을 꼭 쥐고, 환호를 지르고 감동하는데, 내가 알아듣는 말은 고작 몇 단어 되지 않았다. 
그니깐, 오바마가 당선된 후 나의 변화는 영어좀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정말 간절한 생각이었다. 저들처럼 나도 직접 오바마의 연설을 듣고 마음으로 감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깐... 
뭐 설익은 전망이 난무하지만,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특히 한국에 대한 정책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오랜 기간동안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한 군사적 관계에서의 입김이 모든 다른 관계보다 지배적이었다. 뭐 ~ 자동차와 관련된 한미 FTA 협정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는 정도가 큰 이슈가 되겠지만서도 그 외에는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본다. 재밌는 것은 쇠고기 협상 때 이미 체결한 FTA협정은 절대로 수정할 수 없다고 국민들의 우려를 일축하며 맞짱떴던 이명박 정권이 이 오바마 정권의 수정요구에 어떻게 응하고, 또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지 생각하면 고게 조금은 웃기는 시츄에이션이 될 것 같다.
그나마 대북 관계에서는 일정정도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주어짐에 따라 지난 클링턴 정부 때 체결했던 제네바 협상 수준으로 북미관계가 회복되어 북의 세계체제 속으로의 편입이 보다 긍정적으로 될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북이 원하는 방식대로(물론, 나도 원한다) 북체제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럼 우리와 북의 관계는? 참... 제발 김영삼 때처럼 괜히 어깃장만 놓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IMF로 이미 들을 욕은 다 먹었으니 묻혀있지만, 그 당시 김영상의 외교 능력은 거의 제로, 아니 마이너스에 가까왔다. 대북관계에서 특히 북미관계를 개선시키려던 클링턴 정부의 골칫거리였으며 그만큼 대북관계에서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오히려 일본만 잘한다고 박수를 쳤을라나?
근데, 걱정되는 건 이명박 정권도 마찬가지이다. 오바마 당선이 확정된 다음 날 '오바마와 이명박 정부는 변화라는 공통된 코드를 가지고 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뻔뻔스럽게 말하는 대목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웃긴 코메디가 저 대사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꼽을 잡고 웃었다. 지금 자판을 두드리면서도 절로 웃음이 튀어나와 잠시 숨을 골라야 할 정도였다.
정말 얼굴에 철판을 두르지 않고서야 어찌 저리 황당한 말을 한 나라의 공식적인 입이라 할 수 있는 대변인이 정색을 하고 저리 말할 수 있을까 싶다.
난 저 이동관이라는 인물, 충분히 연구 가치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삼성 비자금 사건과 관련, '정의구현 사제단'이 청와대 관련인사 명단을 공개하기 전에, 기자실을 왔다 갔다 하기 번거롭다고 기자들에게 공개 전 엠바고를 요청하고 미리 '의심되는 사람을 확인해 본 결과 그런 사실이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할 수 있는 저 무대포며, 술로 얼굴이 벌겋게 되서 '낮술좀 했다고 웃으며' 국정 브리핑을 하는 대담함...

어쨋든, 평소에 밥맛없게 만드는 인간이라 그가 특히 TV에 나오면 화면을 제깍 돌려버리기 일수였는데, 다행히도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접해서 그나마 배꼽잡고 웃을 수 있었다.

고마워요. 대변인님~ 앞으로 오바마와 같은 '변화와 개혁의 비전'으로 얼마나 국민을 감동시키는 일 많이 할 지 기대하고 있을께요. 물론 지금까지도 충분히 경악할 만했지만서두요. ^^;

어쨋든, 영어공부좀 하자. 그리고 이동관 대변인 말쌈대로 멀리서 감동을 찾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도 오바마 당선자 만큼 멋진 지도자의 감동을 만끽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이것이 오바마를 접하는 내 소감이다. 단 혹시 모를 혼동을 대비하기 위해 두 전략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서로 모르게' 전혀 별개로 진행하자. ^^

함께 듣는 음악은 Red Army Chorus의 『Moonlight Over Moscow』앨범(1996) 중 9번 곡 "Song About Stenka Razin"(스텐카 라진)이다. 

 

출처 : 안토니오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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