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30분 회사 책상 위에 있던 내 핸드폰에서 메세지가 뜬다.
'회사 나오냐? 나오면 점심이나 같이 할까?'
'그래! 회사 앞 나무 아래서 보자. 오늘은 중국집이다'
'엉'

요 옆 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는 대학 동기녀석이다.
같은 건물 지하에 있는 반점에서 줄 서서 기다리다 둘 다 짜장면 곱배기를 시켜 먹었다.
"요즘 펀드 들어놨던 거 떨어져서 큰일이다. 어떻게 해야 하냐? 나 지금이라도 빼야 되는거야?"
"기다려봐. 기다리면 괜찮아질거야"
"네가 지난번에 사라고 했던 화곡동 말야."
"엉 거기? 아마도 벌써 오를대로 올랐을거야."
"휴~ 집값때문에 정말 큰일이다."
은행다니는 녀석과 짜장면을 입에 물고 나누는 일상의 안부이다.

반점을 나와 둘 다 시럽이 든 카페라테를 사서 빨대로 빨면서 사람들 많이 지나다니는 벤치에 앉았다. 친구가 말한다.
"내가 요즘 DA일보를 보면... 참~ 언론이 어찌 저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편을 들어도 일정정도를 들어야지 이건 완전 용비어천가보다 더해"
"그래서 난 요즘 신문 안읽어" (실제로 대선이후 내가 신문을 제대로 본 적이 있나 싶다)
"너 회사 안나올때 요 앞 JA일보 다니는 00형이랑 점심먹었었어. 야~ 비싼 거 사주더라"
"아직두 편집부에 있대?"
"엉~ 내가 집에서 JA일보 구독하는데 맨날 아침에 회사로 가져와서 읽지도 않고 쓰레기통에 집어넣는다."
"ㅋㅋ 나 입원해 있을 때 아내가 회사에 남아있는 신문이 이것뿐이라면서 JA일보 갖다주길래 그래도 보긴 봤는데... 히야 도저히 못보겠더라. 그 때 인수위원장이 너무 꼼꼼하게 일한다면서 기사제목을 '꼼꼼한 경숙씨'라고 했던가? 그게 신문인가 싶고. 무슨 엽기 코믹물 보는 거 같더라. 근데 넌 그런 걸 구독해서 보냐?"
"내 처 외삼촌이 서울에서 그쪽 신문사 관련 일을 해서 구독해 달라고 하길래 억지로 했는데 아직 해지 기간이 안되서 못하고 있어. 근데 참~ 정도껏 해야지. 글쎄 MB는 영화를 봐도 실용영화를 본다는 기사제목으로 MB는 '우생순'을 본 반면 이전의 노통은 이념영화를 본다면서 예를 들어서 '밀양', '화려한 휴가' 등을 봤다고 얘기하는데 하도 열받아서 그 기사 쓴 놈한테 메일 보내서 '너 그렇게 살지 마라' 그랬다. 그래도 분이 안풀려서 JA일보 홈페이지 들어가서 며칠동안을 미친새끼들아 라고 욕하면서 글 남겼었다."
"ㅋㅋㅋ 대단하다. 그런 열정두 있구"

오늘 점심 때 날씨는 바람은 약간 불었지만 참 따뜻했다. 많은 직장인들이 햇살을 받으면서 우리 앞을 지나쳐갔다.
그 친구는 앞으로 총선을 보면서 깝깝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팔자 좋은 사람은 노무현이라고 했다.
난 요즘도 노무현이 농촌운동 한다고 하는데,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고, 이 도시에서 비생산적인 일들 하는 게 사는건가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누가 그러던데 '이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은 살기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죽기 위해서 산다'고 하더라구 말을 전한다.

둘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눈이 부셔서인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앉아 빨대를 빨아댄다.

'들어가야지? 다리 빨리 완쾌해라'
'그래! 자주 보자 가까운데... 조만간 또 점심 먹자. 들어가라!'

늘 둘이 만나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어설프게 등을 돌리고 서로를 떠난다.

우리는 그렇게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이겨내고 있었다.

함께 듣는 곡은 Lacrimosa의 "Fassade"(2001)앨범 중 7번 곡 "Stumme Worte"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 : 안토니오 서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