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큰이도 블로그 글쓰기에 합류했어요. 아래 글은 눈큰이가 직접 여행중에 작성한 글입니다. 
이 블로그는 필자를 여럿 둘 수 있는 기능도 있어서 가능했죠.
향후, 이 블로그는 저와 눈큰이가 함께 쓰는 팀블로그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지난 8월 16일부터 19일 눈큰이의 외가 가족들과 함께 일본을 잠시 다녀왔습니다.
우리 둘 모두 신혼여행 이후 오래간만의 해외여행이었죠. 
저 개인적으로는 여행 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에 여행을 통해서 그동안 일상에 무뎌져 있던 오감을 깨우고 그 속에서 새로운 삶의 자극과 상상력을 얻는다는 제 개인적인 여행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일본 상공에서 바라다본 풍경 이후에는 안토니오를 살피느라 오감은 고사하고 제대로 관광지를 살필 여유가 없었죠. 정말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것도 오랜 훈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8월 18일 아침...
여행와서 처음으로 햇살이 비친다.
지금 시각 5:40am .
해가 참 일찍 떴다.
여기는 동경 시내에 있는 Fraser Hotel 16층.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이쁘다. 구름과 햇살의 조화!!

8월16일 인천공항..기어이 가방을 뺏어 들고가는 안토니오



어제는 고된 하루였다. 가끔 가끔 여행온 것을 후회하게 만들었다.
나리타 힐튼 호텔에서 후지산까지 200여킬로, 3시간여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교과서를 읽는 듯한 가이드의 쉼없는 재잘거림과 수동식 버스의 기아를 넣을 때마다의 덜컹거림.
다행히 안토니오는 잘 참아주었다.
1시간 30분 정도 곤히 자기도 하고 자고 깨서는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도라지 타령을 부를 때에는 다들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재롱동이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랬는데....

8월17일 구름이 살짝 가린 후지산.


사건은 후지산에 도착하고 나서 터졌다. 잠깐 손을 놓은 사이 계단에서 두계단 떨어졌는데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것이다. 후지산을 감상할 여유도 없었다.
단순히 머리를 부딪힌 것이라 생각했는데 머리에서는 피가 흘렀고 틀어막았던 손수건마저 흥건히 젖어 내 손까지 피가 묻었다. 어찌나 놀랬는지.
안토니오도 크게 울어댔다. 다행히 응급처치를 해주는 곳이 있어 달려갔는데 약간 상처가 난 정도라고 했다. 심하지 않으니 소독만 하면 되겠다고 한다.
결국 후지산의 정경에 취해볼 새도 없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버스를 탔다. 다행이다. 그리고 기도를 했다. 아가가 아프지 말게 해달라고...

버스가 이동하는 사이 1시간정도 잠을 자더니 안토니오는 통증이 없는지 다시 발랄해졌다. 고맙다 안토니오! 

그때부터 내 온 신경은 안토니오에게로 쏠렸다. 새로운 곳을 만나는 데 오감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안토니오 하나만을 위해 오감이 열렸다. 당분간 나를 위한 여행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안토니오가 고맙고 이쁘다.

8월 18일 게곤노 폭포에서. 오랜 버스여행에 안토니오도 우리도 지쳐있었다.



하꼬네를 거쳐 도쿄 전망대를 보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곳에서는 "똥"과의 한판승이었다. 하루종일 배가 아프다며 응가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던 안토니오. 화장실을 데리고 갈 때마다 안나온다며 애를 먹이더니 결국 여기서 터졌다. 쉬가 마렵다며 화장실을 갔는데 볼일을 보고 난 안토니오가 울상이다. 똥이 나올 것 같다고....기저귀를 하고 있어서 거기에다 누라고 다독였더니 드디어 응가를 했다. 문제는 똥산 기저귀를 치우고 나서 생겼다. 또 울상인 것이다. 봤더니 또 똥이 나오고 있었다. 얼떨결에 손으로 받고 휴지로 닦고....그러면서도 안토니오에게는 잘했다고 계속 칭찬을 해줬다. 그랬더니 이녀석 신나서 노래를 부른다. 하긴 얼마나 시원했을까. 하루종일 끙끙거렸으니...

그래! 이번 여행은 이렇게 안토니오랑 하루종일 같이 보내면서 이녀석 이쁜모습, 미운모습 다 만나는 기회다....


함께 듣는 음악은 Hallelujah!의 "La buena vida"앨범(2002) 중 2번 곡 "Vapor de carga"라는 곡이다.

 

 


출처 : 안토니오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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