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놈과 보신탕
어렸을 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내가 살고 있던 마을은 읍-면-리 중 '리'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당연히 집들마다 강아지 또는 개 한 두 마리씩은 일반적으로 키우고 있었고 대부분 '똥개'라는 이름하에 마을 이곳 저곳을 마실다니는 걸로 하루를 보내는 개들이 태반이었다. 물론, 그 개의 최종 운명은 '식용으로 쓰이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농촌에 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개 잡는 날은 그 마을 잔치나 마찬가지였다는 걸 알게다.
우리 집 '검둥이' 또한 그 운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어느날 내가 놀러다닐 때마다 날 지켜주고 따라 다니던 검둥이가 사라졌다. 부모님은 검둥이가 쥐약을 먹고 죽었다고 그랬지만, 그 날 검둥이는 학교(대부분 마을 공동행사는 초등학교 운동장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나무 등걸에 매달려 더욱 검게 그을린 채 내 시야에 들어왔다.
<아직도 나는 그 개가 검둥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부모님들께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일이다. 부모님은 검둥이가 아니었다고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울고 불고 난리를 쳤던 기억과 함께 그 고기를 양념장에 찍어 맛있게 먹었던 기억도 동시에 있다.
그런 경험들로 나는 '보신탕'을 별 거부감 없이 즐겨먹는 음식으로 지금껏 애용해왔다.  
그리고 우리집에서 키우던 이후의 개 또한 다 그 '보신용' 목적에서 빗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보신탕은 내 년식과 같이 보양식으로 굳어졌고, 이미 머리속에 관념화되어 그런지 보신탕을 먹고 난 다음 며칠동안은 확실히 몸이 덜 피곤하다. 내가 한 때 보신탕 예찬론가일 때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삼계탕은 반나절 효과가 지속되지만, 보신탕은 적어도 3~4일은 간다"고...



# 애완견에 대한 생각
거대도시 서울에 살면서 가끔 조그만 애완용 개들이 완전 거지꼴로 해서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되고, 심지어 고속도로같은 곳에서는 깔려 죽어있는 애완견도 종종 보게 된다. 애지중지 품에 안은 강아지를 아파트 주변에 데리고 나와 맘대로 똥을 싸게 하고는 치우지도 않으면서 '아휴~ 우리 00 똥 예쁘게 쌌네'하면서 치우지도 않고 가는 몰상식한 인간들도 아파트 단지에서 보게 된다. 물론, 요즘에는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에티켓 같은 것이 생겨나 비닐봉지를 챙겨서 그 오물을 수거해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변에 눈살 찌푸려지게 만드는 광경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긍정적 풍경이다. 그러기에 애완견과 무엇보다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내 시선은 곱지 못하다.
눈큰이가 임신을 했을 때이다. 걸음걸이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이고, 무엇보다 산모의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는 걸 익히 알고 있어 조심하고 있을 때, 엘레베이터 문이 싹 열리는 순간 같은 층에 함께 살고 있는 애완견 한마리가 집주인의 품에 안겨 컹컹컹 짓어대며 으르렁 거렸다. 눈큰이도 많이 놀랬지만, 나 또한 엄청 놀랐었다. 물론 주인이 사과를 했지만 '에이! 짖으면 안되지' 정도로 품에 안은 강아지에게 나무라는 광경을 보면서 정말 화가 난 적도 있었다.
그런 경험을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 생명을 가진 동물을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처럼 사달라고 졸라 사준 후에 나중에 아이들 관심도 떨어지고, 동물들의 뒤치닥거리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엄마들은 최종적으로 장난감 버리듯 폐기처분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니 이런 가정의 아이들은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현재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애완견을 키울 생각도 없을 뿐더러 애완견을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고, 또 그 애완견들을 볼 때마다 불쌍하기 그지없다.

# 그런데 운명이란...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살던 집은 이미 너무 낡아있다. 그래서 다 큰 우리 자식들은 덩그라니 남은 부모님들께 아파트로 옮길 것을 계속 졸라댔고, 두 해 전에 부모님께서는 인근 새로 지은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시게 되었고, 그 집은 아주 싼 값에 형편이 어려웠던 앞 집에 사는 사람에게 전세를 준 상태였다. 그런데 그 가족(세상에 아이들이 5명이나 된다)이 사채를 썼는지 어쨋는지 전세 자금을 담보로 빚을 진 상태였고, 전세금에서 얼마 손에 쥐지도 못하고 부랴부랴 다른 거처로 이사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너무나도 딱했지만 우리로서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사채업자들은 아버지 어머니에게 전화를 계속 해서 그사람들과 집 재계약을 절대 하면 안된다고 으름장을 놓고, 빌린 돈과 그 이자를 받아먹으려고 안달이 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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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이사를 한 지 일주일 지났던가? 아버지와 함께 그 옛집을 찾아갔다. 어떻게 우리가 그 집에서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집은 황폐해져 있었다. 벽지는 다 떨어져 나가있었고, 집앞 작은 마당은 잡초들로 썰렁함을 더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아지 한 마리가 덩그러니 그 집에 남아 있는 것이었다. 애완견의 종류를 잘 모르고 있는 나로서는 생김새로 보아 시추 종일거라고 짐작하는데, 며칠을 굶었는지 배가 쏙 들어가 있고 기운이 거의 없었다.
일단은 부랴부랴 바로 인근 마트에 가서 개사료를 사와 개에게 덜어 주었다. 엄청나게 허발을 하면서 먹었다. 거의 관리되지 않아 털은 온통 늘러붙었고 도무지 만질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했다. 응급처치로 개밥과 물을 떠다 놓고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 개는 이제 주인이 버린 유기견이 되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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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하지? 깊은 깨달음
다시 서울로 올라 온 후 유기견을 정성스레 보살펴 이젠 한 가족처럼 키우고 있는 선배와 우연찮게 메신저를 하게 되었다. 사실 그 이전까지 나는 시청 축산과로 당장 전화를 해서 유기견이 있으니 가져가라고 할 생각이었고, 축산과 전화번호를 아버지께 알려드리고 전화해서 개를 처분하라고 해 놓은 상태였다.
근데... 그 선배는 그렇게 하면 잡아가서 1주일 지나면 안락사를 시킨다고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면서 메신저 상으로도 안타까와 발을 동동 구르고 초조해하는 모습이 느껴질 정도로 유기견을 걱정하고 있었다. 순간, 속으로는 "뭐~ 정 안되면 굶어죽게 하는 것보다도 일찍 안락사를 시키는 게 나을 수도 있겠군"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내 생각이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지쳐있는 버려진 생명이다. 집주인으로부터 버림받고 홀로 빈 집에 있으면서 어찌해야 할 지 몰라 그냥 굶어가고 있었던 강아지였다. 이제 그 강아지의 운명은 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의 손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그 생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처지에서 그 생명을 최대한 유지시켜주기 위해서 우선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그 상처입은 강아지의 생명을 도외시할 수 있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나도 해결할 방도를 못찾고 있던 중 회사 직원 분께 그냥 지나가는 말투로 유기견 이야기를 꺼냈더니 무척이나 안타까와하면서 일단 자신이 소속해 있는 성당에 데리고 오란다. 그곳 관리인이 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일단 거기에 맡겨보고, 거기서도 정 안되면 자신이 직접 키우겠다고 하면서...
너무나 간단하게 결정을 해 주셨다. 이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단 말인가? 오히려 애완견과 그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나몰라라 했던 나보다 실제 애완견을 키우고 있고,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훨씬 생명의 소중함을 절절히 느끼고 실천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순간 죄책감이 밀려왔다.

# 유기견 살리기 작전
지난 주 토요일 안토니오를 만나기 위해 지방에 내려가서 옛 집엘 다시 갔다. 일단은 만질 수 있게 목욕이라도 시켜야 할 것 같았다. 사촌과 함께 목욕을 시키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목욕을 안했음이 분명하다. 그냥 물로 씻기기만 했는데도 다라이 가득 찬 물색깔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했다. 문득 문득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가 하는 악마적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일단 개샴프로 박박 닦아냈다. 샤워를 하고 준비해온 드라이로 털을 말려 준 다음은 그런대로 만질 수는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뭔지 모를 물질로 엉겨붙은 털들은 도무지 풀어질 기미가 안보였다. 목욕을 시킨 후 얼마되지 않아 내 온몸이 근질근질해지기 시작했다. 이 상태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곧 114로 문의해 미용이 가능한 동물병원을 알아내고 다음 날 1시로 예약을 했다. 미용비만 3만원이란다. 그래 뭐! 선배를 통해 기본적으로 미용비용이 든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일단은 강아지만을 남겨두고 다시 집으로 가자마자 샤워를 했다.
다음날인 일요일, 다시 사촌과 함께 그 유기견을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았다. 미용사가 강아지를 살피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장장 세시간 가까운 대대적인 변신작업이 시작되었다. 털을 깎고 목욕을 시키고, 다시 털을 깍고...
그 사이 동물병원 의사와 함께 "유기견의 발생 원인과 그 대책"이라는 주제로 장시간의 토론에 들어갔다. ^^; 물론 토론의 발단은 '동물병원하면서 돈 벌면서 기본적으로 이러한 유기견들에 대한 조치들도 아울러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수의사들이 모여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비난조에 가까운 나의 공격적 질문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애완견에 대한 시각 자체가 부정적인 것이 큰 문제라고 한다. 무엇보다 많은 공공장소에 애완견을 데리고 다닐 수도 없고, 버려진 애완견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없어서 대부분이 안락사 되거나 보신탕 집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 수의사도 왜 노력을 하지 않겠는가? 모여서 유기견을 위한 지역 차원의 작은 공간을 만들자는 의견을 시에 제의하면 자치단체에서는 사람 복지도 제대로 못하는 마당에 무슨 애완견 보험이니 씨부렁대느냐? 라는 식이어서 애완견 보험 관련 입법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애완견 보호소 같은 걸 만들라 치면 그것도 혐오 시설이라고 인근 주민들이 반발까지 하니 ... 너무도 열악한 상황이라고 자신들의 답답함도 호소했다.
한편으로는 위에서 기술했던대로 귀여워서, 아이가 사달라고 졸라서 사줬다가 점점 크면서 자기영역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오줌을 싸대고 하는 꼴을 어머니들은 도저히 못견뎌하시고 결국에는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유기견 증가의 주요한 요인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숫놈 녀석들이 버려지는 수가 암놈에 비해 훨씬 높다고 한다. 실제로 숫놈의 경우 애완견으로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거세를 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불쌍하다고, 또는 뭐하라 번잡스럽게 그런 짓을 하냐며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사람들에게서 키워진 대부분의 애완견들이 이렇게 버려진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아파트 문화가 대부분인 우리 주택 구조 상에서는 유기견을 오래 키운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그 또한 유기견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그 사이 한 강아지가 동물병원에 들어왔다. 그 강아지는 성대를 잘라냈는지 짖어대는데도 작은 쇳소리가 났다. 저렇게까지 하면서 키우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가족처럼 키울 자세가 되어 있는 경우인 것이다. 나에게는 잔인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 광경이었다.
으~ 답이 안나온다. 답이... 의식구조도, 사회구조도 모두 애완견을 제대로 책임지고 키우기에는 열악하기 그지없다는 게 나와 그 의사의 결론이었다.  

그 사이 '우리' 강아지는 완전 새 단장을 했다. 꼬리 끝부분의 털을 조금만 남겨놓고 전체를 빡빡 밀었더니 정말 강아지 표가 확 난다. 목욕도 진드기를 제거하는 약물 목욕을 해서 냄새도 안나고 ... '야~ 이 녀석 정말 귀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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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피부는 온통 벌겋게 무언가에 물려있었고 배 주위는 흐릿한 검정 얼룩들이 많았다. 미용사 말로는 밖에서 지내고 관리를 안하다 보니 진드기와 모기 등에 오랜동안 시달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얼마동안은 이와 관련한 약을 먹고 약물목욕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자~ 다 끝났는가? 아니다. 제일 중요한 검사를 해야 한단다. 심장에 사상충이 있는 지 검사를 해 볼 것을 의사는 권했다. 이미 선배와 그 동료 직원을 통해 밖에서 기른 개의 경우 심장사상충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왕 살리고자 마음 먹었으니 거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사상충이 있을 경우 보통 2년 정도 되면 이 강아지는 죽게 될 겁니다"
이빨을 본 의사는 이 강아지가 2년 정도 된 강아지이며, 사상충 검사 결과 작년 여름 정도에 사상충에 걸렸다는 진단을 내렸다. 다행히 모충만 있고 자충은 없다고 하면서.

"치료를 하시겠습니까?"
"저~ 비용이 얼마죠?"(저 불쌍한 개를 앞에 두고 묻는 나도 참 비참하다)
"이 치료약이 아직 독점이라서 20만원은 내셔야 합니다"
"헉!!!"
갈등국면이다. 결코 나로서도 적은 돈이 아니다. 같이 온 사촌도 놀라하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생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유기견을 발견했다. 내가 못키울 입장이다. 축산과로 연락해 데려가게 하려고 했다. 아니다. 마음이 바뀌었다. 살리기로 했다. 다행히 누군가가 키워주기로 했다. 그에게 감사한다. 그렇담 병든 개인줄 알고 치료도 안하고 준다는 건 도리가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깨끗하게 변신도 시킨 것 아닌가?'
내가 '인간적'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도 미안한데 그가 이 애완견과 정을 많이 쌓았을 때 이 사상충으로 죽으면 어쩌겠는가?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취한 조치 모두가 저 강아지를 살리려고 한 조치 아니었던가?
내 할 도리를 다 해야했다.
"네! 주사 놔 주세요"

# 다시 보신탕! 잘 살길 바래!
안토니오와 놀기에도 일주일에 이틀은 정말 빠듯하고 시간시간이 소중하다. 그런데 이번 주말은 완전 그 유기견에게 온통 신경을 뺏겨 버렸다.
일요일 오후 늦게 다시 집에 도착했다. 독한 주사를 맞고 헐떡거리는 강아지를 박스에 담아서...
어머니께는 치료비용 이야기를 절대 꺼내지 못했다. 평소 돈 일이백원 쓰는 것도 끔찍해 하시는 분이라서 만일 몇 십만원이 들었다는 얘기를 했다가는 쓰러지실 것이다. ^^;
일단 미용비용만 약간 속여 2만 5천원 들었다고 말씀드렸는데도 난리가 나셨다. '니가 왜 그 개에게 신경을 쓰냐!'며 '그냥 놔두면 배고프면 알아서 나갈텐데 별 지랄 다한다'며 불평을 해 대신다. 충분히 예상했던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었다. 사전에 이미 누나와 짜고 그렇게 어머님이 나오실 경우에 누나가 옆에서 '아휴! 엄마는? 가족들이 저렇게 좋은 일 해야 나한테 좋은 남자가 생기지'라고 지원사격을 해 주기로까지 계획되어 있었다. 물론 누나 또한 이렇게 거액이 든 사실은 모를 것이다. 물론, 어머니께서도 나중에는 강아지를 힐끔힐끔 보시며 암놈이냐 숫놈이냐를 물으시고 관심을 표하시고 나의 조처에 환영을 표하셨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외부 모임에 다녀 오셨던 아버지께서 나 먹으라고 보신탕을 사 오셨던 것이다. 으~~~~~~~~ 악!
"개 이발시키고 살릴려고 고생한 넘아! 수고했으니 보신탕이나 먹어라" 라고 놀림조로 웃으시며 차려주신 어머니의 밥상 위에는 보신탕이 김을 모락모락 내며 떡 하니 놓여있었다.
꾸역꾸역 입안에 넣으면서도 이전처럼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왜 꼭 저 불쌍한 강아지 때문에 이틀 내내 안절부절 못한 내게, 그 강아지를 앞에 두고 보신탕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닥친단 말인가!'  아버지는 점심을 많이 드셨다고 안드시고, 눈큰이와 누나는 안먹는다면서 외식하러 나가고 나만 그 밥상에 앉아 이 운명의 장난을, 어머님의 장난섞인 조롱과 함께 받아들여야 했던 것이다. 이 참에 보신탕은 입에서 떼라는 신의 계시란 말인가?

밤 9시가 넘어 서울에 도착했다. 약속한 성당엘 찾아가서 그 곳 관리 아저씨에게 강아지를 드리고 왔다. 그리고 다음날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너무 독해 나눠 맞아야 하는 주사약과 당분간 밥과 함께 먹어야 하는 각종 약들을 넘겨줬다. 다행히 그분은 황당하게 개를 떠안은 것보다도 이런 버려진 개를 살려서 여기까지 데리고 온 우리 부부보고 '천사같은 마음'이라며 칭찬해 주셨다. 쑥스럽고 죄스러웠다. 이렇게까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숱하게 갈등을 하였으며, 단지 어떻게든 처리할 방안만 몰두해 있던 나 아닌가? 짧은 시간에 정이 들었는 지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지만 좋은 주인에게 제대로 치료도 받게 하고 전달해주었기에 마음은 더 없이 편했다.

무엇보다 생명에 둔감해지고 더럽혀진 의식을 약간이나마 정화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어쩌면 그런 깨달음을 얻기에는 내가 소비한 비용이며 시간이 택도 없이 낮은 댓가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집에 도착하니 안토니오로부터 전화가 왔다. 첫 얘기가 "강아지 어딨어?"였다.
"응! 강아지 성당에 갖다줬어. 앞으로 잘 살거야!" 계속 성당이라는 개념을 몰라서 그런지 '응? 응?'하면서 주빈이가 묻는다.

잘했어. 4시 신데렐라! ^^

함께 듣는 음악은  Valéria Oliveira의 "Valéria"(2001)라는 앨범 중 8번 곡  
"De onde é que vem O baião"라는 곡이다.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무슨 곡인지조차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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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안토니오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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