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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HARRY PAUL 외 , 해리 폴 | 역자 유영만 | 출판사 한언 (2000)

그래도 현재 나의 직장에서의 부서는 기획부서이다. 기획실 서가에 꽂혀 있는 책 중에서 얇은 책을 고른다는 게 이 책을 골라 그냥 업무 중 쉬엄쉬엄 읽었다. 개개인의 마음 수련에 대한 책들, 성공에 대한 책들이 난립하는 데 그 중 일조하는 책 중에 하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은 남편을 일찍 여위고 먹고 살기 위해 회사를 살아가던 한 팀장이 그 회사의 골치거리(그들 말로는 "폐기물집합소"라고 표현하는) 부서에 팀장으로 발령받아 그 부서를 변화시켜 나간다는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음~ 모두가 이런 류의 책을 회사일과 관련하여 읽게 되면 자기 직장의, 자기 부서의 모습을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일터, 나또한 몇 가지 구절들을 보면서 가슴이 답답해져 오는 걸 느꼈다.

모든 개개인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말에는 동감할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상부의 비합리적인 지시와 자신의 의견이 묵살당하는 분위기에 짓눌려 있게 되면 그러한 이성적 공감은 무용지물이 된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철저하게 자신을 조직 속에서 익명성을 갖고, 별로 부닥치기도 원하지 않고, 몇몇 사람들이 회사에 대해, 그리고 상층부의 누군가에 대해 짓씹을 때 함께 '맞아, 맞아' 하면서 독설이 오가는 집단 속에서 만족감을 찾고 스스로를 정당화하려 한다.

뭐, 당연한 얘기지만 조직에서의 리더가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오히려 이 책에서는 절실히 깨닫게 된다.
아~ 나도 저런 리더 밑에서 일해봤으면 정말 하루하루가 즐겁고 보람있을텐데... 하는 생각 말이다.
결국 또 남탓으로 귀결되지만, 오늘도 나는 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곤 한다.

#1
우리는 스스로에게 우리의 이상과 다른 일을 하면서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짧다고 말하며, 완벽한 직장을 찾아 헤매인다. 그러나 만일, 이상적인 직장을 위한 모험이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의 삶은 무엇인가? 미래에만 초점을 맞추어 살아간다면, 지금 이 놀라운 삶의 기쁨을 놓치게 되는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얼마전 직장동료 중 한 사람이 내게 회사를 떠날 의사를 비췄다. 무엇보다 그의 불만은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회사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업무에 하루하루 시달리는 데 주변 직원들을 보면 근무시간 내내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무협지 소설을 읽거나 한 장소에 모여 오랫동안 수다를 떠는 모습들을 보면 짜증이 몰려오고, 내가 맡은 일도 그냥 건성건성 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고 한다. 난 그가 조직과 조직원들에게 내뱉는 무시무시한 독설들을 그대로 듣기만 하였다. 그리고는 자신없게 내뱉았다. "그래도 그건 당신에게도 너무 자학적인 삶 아닌가요?"라고...

#2
"...... '비록 당신이 어떤 일을 하는가에 있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더라도, 당신이 어떤 방법으로 그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항상 선택의 여지가 있다'라는 것이죠.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세계적으로 이름난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을 세우면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이랍니다. '직업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가 선택한다!' 어때요?"


그에게 그 속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말했을 때, '선배는 참 너무 낙관적으로만 보는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이런 사람들과 함께 내 젊음을 썩힌다는 건 정말 끔찍해요'라고 답한다. 서로에 대한 불신감이 암묵적으로, 서로 공범자로서 살아가는 조직원들에게 너무 팽배해 있다. 그래도 이 분위기 속에서 조직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3
"만약 내가 운전을 하고 있는데 어떤 바보 같은 인간이 내 앞으로 끼어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일이 나를 화나게 만들 수 있고, 그래서 난 클랙션을 울리거나 심지어는 욕설을 퍼부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선택이 무슨 소용이죠? 그건 내가 저지른 일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나에게 가한 행동이잖아요.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아닌가요?"
"스티브, 그 답을 얻기 위해 제가 한 가지 물어보죠. 당신이 만약 슬램가와 같은 험악한 동네에서 운전하고 있었다면, 욕설과 같은 기분 나쁜 표현을 했을까요?"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는 표현을 강조하기 위한 사례로 표현된 글이다. 아까 이야기한 이 조직에 불만이 가득한 그는 스스로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똑같이 누군가에게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대한 불평이 그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문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는가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리더의 역할이 부각된다고 할 수 있다.   

#4
왜 어떤 사람들은 사는 날까지 생기가 넘치는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금새 초라해지는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초라해진다는 표현이 어쩌면 너무 애매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어느 시점을 지나면 더 이상 배우고 자라는 것을 멈춘다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 많은 어른들이 성장을 멈추어 버리는 걸까요? 우리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삶이 우리가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힘겨운 문제들을 던져주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아니면, 어떤 사건이 우리의 자존감이나 자신감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혀서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또 어쩌면 너무나 오랫동안 그저 앞으로만 내달리다 보니 정작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었는지를 잊어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나는, 우리가 얼마나 바쁘고 어려운 일에 처해 있는가에 상관없이,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학생을 꾸짖듯, 채근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은 힘겨운 것이니까요. 때로는 그저 하던 일을 계속 하는 것마저도 용기 있는 행동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세상의 수많은 직장인들이 스스로 느끼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정체되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스스로 인정할 수 없을만큼 권태로움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어떤 작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의 시계는, 그들의 인생 어느 한 시점에 멈춰버리고 만다." ......


동감한다. 이 조직 속에 있는 나 조차도 정체되어 있다고 느끼고 권태로움을 느끼고, 그만큼의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아마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조직에 대해서, 그리고 이 조직의 구성원들에 대해서 집단적으로, 입으로 린치를 가하고 있는 이들도 어느 순간 이런 자신에 대해서 마주하고는 잠시나마 곤혹스러워 할 거다.

#5
"전 우리 사무실 사람들을 좋아해요. 정말 좋은 분들이에요. 하지만 ... 언제부터인가 이곳으로 일하러 오는 게 못견디게 싫어졌어요. 이제 이곳에서 숨쉬는 것조차 힘이 들어요. 마치 영안실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이왕 시작했으니 ... 아예 다 털어놓을게요. 사실 전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어요. 만약 우리가 이곳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이곳은 더 만족스러운 일터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전 당연히 이곳에 남을 거예요."


입사 초기, 조직 내에서 이 조직의 정체성에 대해 교육장에서 계급장 뗀 설전이 벌어졌다. 그 때 사람들이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조심스런 말들을 너무나 쉽게 쏟아붇는 모습에 놀라한 적이 있다. 신입직원도 한 마디 하라고 해서 "여러분들 모두 좋은 분들이시잖아요. 조금만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고 서로 협의점을 찾고자 노력한다면 멋진 조직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싸우지들 마세요." 뭐! 이런 의도로 말은 했을텐데, 지금 와서 그 때 그 상황에서 내가 한 말들에 몇몇 비웃음에 가까운, 황당함에 가까운 웃음을 지었던 걸 기억해보면 아찔해진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그 웃음들이 떠오르면서 이 곳에 앉아있다는 것이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주기가 점점 잦아진다.  

#6
의미란, 수수께끼의 정답이나 보물찾기의 보물처럼 어쩌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미란, 당신 스스로 자신의 삶 속에서 세워나가는 것입니다. 당신 자신의 과거로부터, 당신의 애정과 열정으로부터, 당신에게 전해져 내려온 인류에 대한 경험으로부터, 자신의 재능과 지식으로부터, 당신이 믿고 있는 것으로부터, 당신이 사랑하는 사물들과 사람들로부터, 당신이 무언가를 희생할 수 있을 정도로 가치를 두고 있는 것으로부터... 그런 모든 것들로부터 당신이 세워 나가는 것입니다. 모든 재료들이 거기 있고, 그 재료들을 조합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 한 사람뿐입니다. 삶의 순간들이, 시간의 조각들이 당신에게 의미와 존엄성으로 새겨지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실패나 성공에 대한 저울질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론은 자기 스스로 삶을 선택하면 세상이 변화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이 책은 이 진실어린 주제를 다루기에 적당한 만큼  페이지 수가 적고 활자도 크다. 그러나 이 책은 또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 (변화할 수 있는) 리더를 만나야 한다'는 이야기를 빼고는 이 이야기가 어떤 조직에도 적용될 수 없을 것이다. 여기 책 속의 주인공인 한 팀장은 교육을 통해 어떻게 리더로서의 할 일과,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식들을 만들어가는지를 터득해 간다. 적어도 조직속에서는 이런 리더의 변화가 먼저 일어나야 된다는 것 또한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르침이다. 만일 그런 폐기물 집합소에 이런 리더가 나오지 않았다면 그들이 이 책에서 보여주는 획기적인 변화라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전히 남탓하고 있는 나... ^^;

함께 듣는 음악은 Gary Karr의 "Basso Cantante"(1980)앨범 중 1번 곡 Schubert의 Arppeggione Sonate의 'Allegr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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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안토니오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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