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실벵 다르니, 마튜 르 루 공저 | 역자 민병숙 | 출판사 마고북스

일전에 블로그에 촛불집회 관련 글을 쓰면서 잠깐 언급한 책이 있는데 (나쁜뉴스에 절망한 사람들을 위한) [굿뉴스](데이비드 스즈키, 홀리 드레슬 / 조응주 역 / 샨티 / 2006)라는 책이었다. 작년에 그 책을 접하고 정말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것마냥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운동을 넘어서 대안적 희망을 찾고 성공시켜 나가는 사람들과 지역의 이야기였다.

그로부터 일년이 지나 다시 동일 주제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경영서적 정도로 알고 무작정 집어 들었는데, 내용은 두 젊은이가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본따 세계 각지에서 대안적 사업을 펼치고 있는 80인을 만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내가 [굿뉴스]를 보기 이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적잖이 흥분했을 법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두 책 중 어느 책을 권하겠냐고 하면 나는 단연코 [굿뉴스]를 꼽겠다.

물론, 가독성은 짧은 리포트 형식으로 이루어진 [대안기업가 80인]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각 해당 인물이 벌이고 있는 대안적 사업들을 짧게만 다루고 있어, 마음 속에 그들의 활동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이 벌이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책을 다 읽은 후 지금 글을 쓰면서 기억나는 것만으로도 무담보 소액대출 은행, 화학약품을 100%재활용하는 세척제 회사, 각 폐기물이 다시 또 다른 공장의 자원으로 활용되는 공단, 기업내 탁아소를 세우게 하는 회사, 이윤만이 아닌 윤리성까지를 지표로 넣어 높은 수익을 얻는 투자회사, 정보 소외 지역인 농촌에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면서 이윤을 창출하는 회사,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자에게 실질적인 노동의 댓가를 지불하는 회사, 친환경 건출물을 짓는 건축가 등 거의 우리의 일상 전방위 영역에서 우리의 터전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삶의 질을 높이며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책에서 내가 관심을 둔 부분은 과연 이 사람들이 어떤 계기로 이런 일들을 시작하게 됐느냐였다. 그들의 개인적 경험이 내게는 가장 인상깊은 구절들이었기 때문이다.

# 생산자가 행복해지면 생산물도 더 맛있어진다. 
트리스탕 르콩트 Tristan Lecomte: 공정무역 선두기업 알터 에코(Alter Eco) 설립자
"의식을 갖고 사회참여를 하는 몇몇 사람들의 작은 단체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어쩌면 그것이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마가렛 미드(Margaret Mead, 20세기의 저명한 인류학자)
......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공정무역 상품의 가격이 무조건 더 높게 책정되는 것은 아니다. 1차 원료에 대한 구매 비용의 증가(최종 판매가의 약 8~9 퍼센트)는 광고비를 절약함으로써 메울 수 있다.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비용의 상당 부분이 알게 모르게 생산자가 아닌 광고업체의 호주모니로 흘러들어 가고 있지 않았던가!
 

왼쪽이 트리스탕 르콩트, 공정무역을 위해 현지에서 직접 상품생산업자들과 만난다.


우리나라에도 박원순 변호사가 시발점이 되어 '아름다운 가게'에서 공정무역을 모토로 '아름다운 커피'를 생산 보급하고 있다. '박원순'이라는 인물의 name value가 우리사회에서 얼마나 크게 차지하는 지를 안다면 마가렛 미드의 표현은 일정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회사 내 동아리에서 직원들 몇에게 감사선물을 이 아름다운 커피 세트로 한 적이 있는데 맛도 좋고 또 자신이 공정무역에 기여하는 것 같아 마실 때 마음도 좋다는 말을 들었었다. 맛도, 마음도 좋다면 이보다 더 좋은 건강식이 어디 있겠는가?  
요즘 라디오를 들으면 "광고의 끝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의구심이 자꾸 생겨난다. 저 막대한 광고가 결국에는 제품의 가격을 끝없이 올리고 없는 소비심리까지 자극하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악의 도구임에는 틀림없다. 일전에 읽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이라는 책에서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독일사회에서 가장 먼저 퇴출당했던 회사들이 바로 이 광고회사들이었다는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 덜 먹자, 그 대신 더 잘 먹자
카를로 페트리니 Carlo Petrini : 환경친화적 식문화를 전파하는 슬로우푸드(Slowfood) 설립자
그는 파괴하기보다는 건설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사람들을 새로운 쾌락주의로 이끄는 것이 미디어를 통한 단발성 이벤트나 호소로 죄의식을 갖게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슬로우푸드의 투쟁은 분명 더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끌어 내게 될 것이다. "덜 먹자, 그 대신 더 잘 먹자"라는 이 운동의 슬로건이 결국 "덜 재배하자, 그 대신 더 잘 재배하자"로 귀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생산성 위주의 재배방식이 결국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의 위기를 불러온 지금, 환경친화적 요리법의 보급을 위한 노력은 그 어느 대보다 현실성을 띠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카를로 페트리니



이젠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한 패스트 푸드 점의 햄버거며 치킨들. 대학생때는 어줍짢은 반미 의식 때문에 맥도널드니 버거킹이니 하디스니 하는 패스트푸드 점을 들어가는 것을 의식적으로 꺼린 경험까지 가지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대량생산을 위해 얼마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지, 그리고 관련 닭이며, 소 사육을 얼마나 잔인하게 하고 있는지는 이미 광우병 파동을 겪은 우리에게는 익숙한 장면이다. 카를로 페트니리는 친환경적인 식재료를 천천히 요리해서 덜 먹으면서도 맛있게 먹는 것을 우리에게 권하고 있다. '빨리빨리'라는 문화는 자본주의의 돈의 원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모토다. 시계 초침을 생각하며 햄버거와 콜라를 꾸역꾸역 입에 넣는 우리의 풍경은 우리의 건강 뿐만 아니라, (그 뒤에서 대량생산을 위해 생태계 사슬을 초토화시키는) 우리의 환경을 살리는 길이라는 의미에서 깊이 공감한다. 그나저나 빨리먹는 내 식습성도 고쳐야 하는데... 2년마다 한 번씩 받는 건강검진에서 역류성식도염 판정을 받고 겔포스를 한 달 가까이 끼고 사는 것이 정례화되어 있는 나로서도 빨리 슬로우 푸드에 익숙해져야 한다. ^^

#가난의 첫 번째 고리를 풀다
무하마드 유누스 Muhammad Yunus : 소액신용대출은행 그라민 은행(Grameen Bank) 설립자
무하마드에 따르면 "가난이 게으름이나 지적결함 같은 개인적인 문제에서 연유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들이 가난한 것은 제도적으로 아주 적은 자본금도 손에 넣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엄청난 장시간 노동에 매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었다. 그들에게 구조적으로 결핍된 것은 적절한 이율로 여러 번에 나누어서 갚을 수 있는 아주 적은 금액의 자본금이었다. "약간의 자본금만 있다면 그들도 경제활동의 고리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
영원한 열정의 인간 무하마드 유누스는 이렇게 믿는다. "새로운 기업가들이 지구가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의 해결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사회적 소명의식이 있는 기업들이 세계의 모든 악과 불행에 대한 가장 좋은 치유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젊은이들에게 권고한다. "직업을 찾지 말고 창조하라"고. ...... 그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로 우리와의 인터뷰를 마쳤다. "무엇보다 사슬의 첫 번째 고리를 푸는 데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이죠. 사람에게 희망을 되돌려 주어야 합니다."

무하마드 유누스 - 왜 저사람이랑 찍었댜?


몇 해전에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했던 "진실을 외쳐라" (세상을 바꾸는 인권운동가들) 전시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인권운동가들의 사진 속에 이 분의 사진과 활동 내용을 접한 기억이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 사람의 활동과 글을 접하고 이렇게 세계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 분과의 만남을 굉장히 가슴떨리는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직업을 찾지 말고 창조하라"는 젊은이들에 대한 말, 내가 다시 20대의 청춘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을까? 어느 블로그에서는 이 책을 읽고 우리 사회의 대안기업가 50인을 찾으려는 일을 할려고 하는데 뜻있는 분들의 참여를 바란다는 글을 남겨 놓기도 했더라. 그렇게 글로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는 것만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의지들을 모을 수 있는 방법...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첫 시발점일텐데... 그 분에게 길이 있기를... ^^

# 기업 내 탁아소의 가치를 입증해 보인 여인
수라이야 학 Suraiya haque : 기업 내 탁아소 인큐베이팅 회사 풀키(Phulki)설립자
1990년 수라이야는 그녀의 집에서 일할 새 가정부를 구하고 있었다. 한 젊은 여성이 찾아와 일하고 싶다고 했지만 수라이야는 그 여성이 너무 어린 아리를 데리고 일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후보 자격조차 주지 않았다. 그날 밤 그녀는 한숨도 못 잔 채 뼈저리게 후회했다. "내 삶의 모든 것이 달라지는 순간이었어요. 그 가난한 여성의 절박한 상황에 생각이 미치자 그녀가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한 제 자신이 미웠습니다. 더구나 그런 어리석은 이유 때문에 말이죠." 몇 주일간 잠을 설쳐가며 그 여성을 다시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그녀는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밤새 어떤 괴로움을 안고 뒤척였을 지 눈에 선하다. 사실 우리의 감수성이 무뎌지지 않았다면 우리 주변에도 이런 자신을 자책하는 일들은 흔하다. 지하철 역에서 차비가 없다며 1,000원을 달라는 아저씨들부터 정말 의미있는 일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음에도 현재에 안주해 있어 선뜻 자리를 털고 그들에게 달려가지 못하는 일들까지 작고 큰 괴로운 경험들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세 어린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서 밖에서 문을 걸어잠그고 일하러 갔다가 아이들이 심심해서 붙인 불장난으로 질식사했던 일에도 가슴이 미어졌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신발이 작아 발이 아픈데도 신발 하나 못 사줘서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집 가스배관에 목을 맨 어머니 소식도 있었다. 세상에 분노하기 전에, 동시대를 살고 있는 나 스스로가 갖는 이 죄책감이 나를 계속 불만족스럽게 하고 괴롭게 한다. 난 그런 나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제길~ 


# 역주행 기업의 산업혁명
도브 차니 Dov Charney : '윤리적' 티셔츠(Sweatshops free t-shirt) 제조업체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 설립자
"직물 산업체들은 미국 남부에서 유전자변형이 이루어진 목화를 구입합니다. 이 목화들은 대량의 화학살충제를 사용해서 재배하기 때문에 식음수를 오염시키기도 하고 암을 유발하기도 하며 야생동물을 중독시키기도 합니다." 실제로 전 세계 살충제의 4분의 1이 목화재배에 사용되는데 NGO들에 의하면 이 살충제롤 미국에서만 매년 6,700만 마리의 조류와 1,400만 마리의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소를 비롯한 가축의 사료로 이용되는 목화씨의 살충제 잔여물은 소의 세포 조직 속에 남아 우리가 스테이크를 먹을 때 접시 위에 함께 올려진다. 
 

도브 차니

 
저개발 국가들을 찾아가 값싼 노동력(심지어 어린이까지)을 통해 이윤을 얻는 의류업계들은 아직도 성행인가보다. 우리에게는 전태일로 잘 알려져 있는 청계천의 풍경은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타이밍약을 먹여가면서 낮은 천정에서 앉아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그리고 급기야 그 부유하는 화학섬유 먼지에 의해 폐렴까지 걸려 몸까지 망가지게 만들었던 시대가 겨우 20~30여년 전의 우리 대한민국의 노동현장이었다. 그런 작업장에서 나온 상품들을 Sweatshops T-Shirts(땀에 찌든 옷)이라고 한다던가? 그런 현장이 계속해서 어느 저개발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다니.
비윤리는 또 비윤리를 나아 이렇게 자연을 황폐화시키기까지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American Apparel과 같은 윤리적 기업만이 결국에는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 날은 그렇게 멀지 않았다. 알게 되면 잠깐이라도 주저하게 되고 그러한 주저는 소비의 결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 '덜 나쁜 것'으론 만족할 수 없다
윌리엄 맥도너 William McDonough: 생물기후학과 생태디자인 분야의 선구적 건축가
"우리가 창조하고 싶어하는 세상은 어떤 걸까요?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 우리의 의도가 수백 톤의 유독성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생산물을 적은 수의 노동자에게만 배분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번영이 자연자원을 파괴함으로써만 보장되는 것이라면, 혹은 생물종과 문화의 다양성을 해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지금의 방법이 좋겠지요."


딱 그 생각이 들었다. 훗날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자체 건물을 지을 때 이 사람을 초빙해서 건물을 설계하고 건축하게 한다면 정말 멋진 일이 될거라고. 나중에 만일 짓겠다고 하면 꼭 소개를 해 줘야지. 지붕에 꽃이 피고 새가 날아들고, 태양을 이용해 빛을 최대하 활용하고 100% 태양열로 모든 건물의 에너지로 사용하며 떨어지는 빗물까지도 재사용하고 철저하게 정화하여 강물을 푸르게 하는 건축공간 속에 있다는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떨리는 일 아니겠는가? 


# 월가에서 '윤리'를 속삭이는 여인
에이미 도미니 Amy Domini : 사회책임투자펀드 도미니 사회지수(Domini Social Index) 설립자
담배와 무기, 포르노, 주류, 도박, 핵 분야의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되었다. 선별된 회사들은 직원들에 대한 처우, 환경과 지역공동체 그리고 납품업체들을 대하는 방식에 따라 다시 평가되었다. ...
에이미의 펀드는 1993년에 1,000만 달러, 3년 뒤에는 1억 달러 그리고 99년에는 10억 달러를 관리하게 된다. 고속성장의 배경은 단순하다. 처음 지수를 구성한 이래 항상 시장 상황보다 좋은 성과를 올린 것이다.


음 내 후배 한 명이 노동부에 다니지? 그 후배 꼬득여 노동환경을 살필 수 있게 하고, 증권회사 다니는 많은 동기들을 설득해 재무현황 파악하게 하고, 음 친환경적인지는 뭐~ 내가 공부좀 해서 직접 하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변호사 몇 분께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하여 철저하게 법을 지켜나가는 지를 살피고, 육아를 위한 배려를 살펴보고... 그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투자를 하는 투자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투자한 회사가 뭔지도 모른 채 주가의 변동에 따라 투자하고 빠지는 식의 돈놀이가 결국 이 세계 경제를 이 모양 이꼴로 만든 것 아닌가! 정말 이런 방식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대단하다.



# 내 회사를 지속가능성으로 필터링하라
레이 앤더슨 Ray Anderson : 사무용 카펫 분야의 혁신기업 인터페이스(Interface) 설립자
레이는 특히 세인트 매슈 섬 이야기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1944년 사람들이 베링해협에 있는 이 무인도에 방목을 목적으로 29마리의 순록을 들여놓았다. 이상적인 서식환경 덕에 순록의 수는 1957년에 1,300마리로 늘어났다. 과학자들은 그것이 섬에 가장 적절한 숫자라고 계산했다. 그러나 1963년 순록의 수가 6,000마리에 달하자 사람들은 과학자들이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66년에는 급격히 수가 줄어 다시 42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섬의 부양능력을 넘어서서 개체 수가 늘어나자 먹을 것이 없어진 순록들이 죽어 갔던 것이다.
레이 앤더슨은 이 이야기를 읽고 인간이 남긴 생태적 흔적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 인식하게 되었다. 인간은 지구를 과도하게 개발하면서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우리가 바로 세인트 매슈 섬의 순록들이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깨닫고 있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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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비법을 가르쳐 주는 책이라기보다 오히려 이야기책에 가깝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그 안의 인물들이 어떻게 회의와 비관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신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보여 준다. 어딘가에 열광하고,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가치를 부여하고,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어떤 개념이 올바르다고 믿는 것이, 그것에 대해 허술하고 의심스럽다고 비판하는 것만큼 지적인 작업일 수 있다.

늘 반대만 외치고, 구호만 외치는 것으로는 이젠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난 정체되어 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순간도 난 이 답답한 세상안에 갖혀있으면서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가족을 핑계로, 미래의 불안을 핑계로...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이 새길에 서기에는 내가 가진 능력이 너무나 미천하다는 생각도 한 몫한다. 세상을 더 알고 싶다. 그리고 문득 영어를 독하게 한 번 공부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 책을 통해 이런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들을 닮기 위한 길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강렬히 일어나면서 든 갈증같은 것 때문이었다. 이들이 자아내는 미소를 닮고 싶다. 나도 이렇게 웃어보이고 싶다.
젠장, 이 책을 읽고 기껏 든 생각이 영어 공부라니... 나 원~ 도대체 어떻게 산 거야!

함께 듣는 음악은 Gipsy Kings의 『Luna De Fuego』(1983) 앨범 중 2번 곡 "Luna De Fuego"이다. 


                                                  
출처 : 안토니오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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