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호철 / 출판사 보리 (2009)

이사를 하고 지방에 있던 아기를 데리고 올라와 정신없이 보낸 2주 사이에 이 책이 위드블로그를 통해 배달되었고, 그로 인해 책 읽는 시간이 하루에 한 시간도 채 되지 못했던 사이에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만일 이 책의 대부분이 아이들이 직접 쓴 일상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지 않고, 한 경험이 풍부한 교사의 전문적인 '길잡이' 또는 '지침서'였다면 나는 아마도 이 리뷰를 작성할 수 없었을 겁니다. 
어려운 책, 어려운 글, 그러니깐 배운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학문적 용어도 섞어 쓰며 쓴 글들에 이미 익숙해질 법도 한 나이에 초등학교 4,5,6학년의 글로 270여 페이지를 채운 책을 읽어 나가는 건 정말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는 걸 고백합니다. 혹자는 물론 '아니 아이들의 글이잖아.', '그러니 읽기도 더 편했을텐데' 하면서 핑계 대지 말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초반에는 책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자잘한 일상의 아이들의 글들을 아까운 종이 낭비해가며 이렇게 책으로 찍어낸 것에 화가 나기까지 했다면 말 다했죠. (물론, 지금도 그 느낌 중 일부는 남아있습니다만...) 그러나 그 많은 아이들의 글들 중에서도 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또 힘들고 팍팍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들(부모들)의 삶의 단편들을 접할 때는 코끝이 몇 번이나 찡해졌습니다. 어느덧 나는 어린시절 그 눈높이로 서서히 시력교정이 되가고 있었습니다.

# 반찬 투정 (5학년 김성주)
......
안 그래도 친구와 싸워서 기분 나쁜 날 저녁, 어머니와 저녁밥을 먹는데 또 보기도 지겨운 반찬이 올라왔다. ...
"엄마, 반찬 좀 만드세요. 먹을 게 너무 없잖아요."
나는 어머니께서 피곤한 걸 알면서도 화를 냈다. 그러니 어머니께서 화를 내며 말하셨다. 
......
"이 계집애가, 그럼 밥 먹지 말고 니 방에 가서 자!"
나는 ... 이불을 푹 덮어썼다. 잠은 커녕 분이 풀리지가 않았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나갔을까? 시계는 벌써 밤 열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내 마음도 모르는 배는 자꾸 꼬르륵거렸다.
'나가서 밥 달라고 할까? 벌 받고 있는데 밥은 무슨 밥이냐며 잔소리만 듣겠지. 에라이 모르겠다. 자 버리자.'
내가 자려고 할 때 어머니께서 내 방 문을 열고 살며시 들어오셨다. 나는 계속 자는 척을 했다. 어머니께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부르셨다.
"성주야."
... 어머니 옆에는 작은 밥상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김치찌개와 김이 나는 밥이 있었다. ... 김치찌개를 보고 입 안에서 군침이 돌 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성주야, 배 많이 고프제? 엄마가 미안하데이. 반찬이 너무 없제? 우리 가족이 먹고 살라면 엄마가 바빠야 되는 거 알제? 여기 물 먹고 밥이랑 김치찌개 해 왔으니깐 맛있게 먹어라. 다 먹은 건 방 앞에 놔둬라."
......
나는 밥을 먹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 책 『감동을 주는 부모 되기』는 스물 다섯가지의 부모에게 전달하는 안내코너를 마련하고 각각의 코너에 개괄을 이호철 선생님이 하시고, 나머지 내용들은 아이들의 실제 글들을 묶어 구성한 책입니다. 사실 이 책의 저자로 적혀있는 이호철 선생님의 글은 이 책에서 그리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호철 선생님은 저자라기 보다는 '글 구성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샘이죠. 이 책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분명 이 선생님의 글쓰기 숙제를 거쳐갔던 학생들의 가감없는 진솔한 이야기들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호철 선생님의 글입니다. 아이들의 글을 매일매일 읽고 그 글에 대해 생각한 선생님의 글이 아이들글과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려운 단어도 없으면서 언뜻언뜻 아이들의 글과 선생님의 글이 구분이 안 갈 때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그런 너무나도 '유치한' 선생님의 글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바로 아이들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바라보고, 또 부모님을 바라보기 때문일 겁니다.
어떤 교육학자는 사교육의 폐해를 얘기하면서 정부의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교육자는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고 체벌을 결단코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과 이야기들은 이성적으로 공감을 하면서도 일상생활에서 경쟁의 늪 속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 부모들로서는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식으로 끝을 맺기 쉬운 주장들입니다.

이호철 선생님은 그렇게 부모 스스로가 아이를 키우면서 혼자서 해결하거나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로까지 나아가지 않습니다. 바로 아이들도 생각할 수 있는, 그렇기에 평범한 어른들도 실행할 수 있는 그런 조언들을 하고 있죠. 어쩌면 그런 일상의 지혜가 우리 부모들이 아이를 덜 상처주면서 아이에게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걸 선생님은 오랜 교직생활과 아이들의 글을 통해 알게 된 거죠.

# 아이의 요구, 들어줄 때와 거절할 때
아이들이 억지로 학원에 다니면 생각만큼 실력도 나아지지 않는다. 피아노 학원에 보내려면 먼저 늘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주며 음악과 친해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가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피아노도 배우고 싶다는 말을 스스로 꺼내도록 해야 한다. 그 때 피아노 학원에 보내면 된다. 그래야만 아이도 스스로 열심히 배운다. 
......
# 맺힌 마음 풀어 주기
부모들은 아이를 심하게 꾸중하고 나서는 '또 꾸중했구나! 부드럽게 타이르지 못하고 상처 줄 만큼 너무 심하게 꾸중했구나!' 이렇게 생각하며 아이에게 지나치게 미안하다고 하고, 갑자기 넘치게 친절해지고, 지나치게 사랑한다고 하고, 지나치게 물건을 사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아주 좋지 않다. 이렇게 하면 꾸중하는 부모는 잘못한 것이 되고 잘못을 저지른 아이는 오히려 자기가 잘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반감 없이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으로 또렷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주고 마음을 풀어 주어야 한다.

여기서 이 책을 통해 저 또한 크게 깨닫는 것이 있으니, 바로 글쓰기의 위대함입니다. 요즘은 미술치료다 음악치료다 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의 감성을 표현하도록 하는 방법들이 있는데요. 이 책을 접하면 글쓰기만큼 아이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관계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는 방법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떤 생각을 단순히 캔버스에, 악기에 실어 보내는 방식보다 깊이 있게 마무리하게 하는 글쓰기만의 매력이 숨어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아이들의 글을 읽다보면 억지로 글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글이 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는 결국 일어난 일과 자기 자신을 연결시켜 어떤식으로든 자신을 성찰하는 결말을 만들어갈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글을 통해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글쓰기로 성찰의 시간을 갖는 아이들은 어떤 일을 겪게 되면 그것을 단지 남의 탓으로 돌리기 보다는 글을 통해 자기와 연결짓는 연습을 하게 되며, 결국 관계의 깊이를 어려서부터 깨닫고 느끼게 되겠죠. 나는 이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글쓰기 교육을 꾸준히 해 온 이호철 선생님이 진정 교육자로서의 '참교육의 길'을 꾸준히 걸어오신 분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생각주머니 (6학년 김동민)
얼마 전에 내가 생각주머니를 잠바 안주머니에 넣어 놓았는데 엄마가 세탁기에 넣어 돌린 적이 있다.
나는 엄마에게 화를 내며 눈물을 흘렸다.
"엄마! 그 잠바 빨아 버리면 어떡해! 나 그거 얼마나 정성 들여서 한 숙젠데!"
......
내가 소리치자 엄마는,
"혹시 그 '생각주머니'라는 거 볼펜이랑 수첩 아니가? 그리고 뭐 이상한 거 씌어져 있고……."
하고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건 왜요?"
하니까 엄마는 내 생각주머니를 주었다.
생각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그런데 보니 내가 썼던 생각주머니랑 많이 달랐다. 볼펜도 검은색이었는데 파란색이다. 그리고 생각주머니의 모양도 많이 달랐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뒷장을 넘겨 보았다. 그런데 그 속에는 엄마의 편지가 적혀 있었다. 나는 그것을 못 본 척했다. 그리고.
"엄마, 나 배가 아파서 그러니깐 화장실 좀 갈게요... "
......
"동민아, 엄마가 미안하구나. 엄마가 숙제를 다시 잘해 놓았다. 앞으로 빨래할 때는 안주머니도 잘 보고 할께." 하고 쓰여 있었다.
내 눈에서는 눈물이 마구 나왔다. 왜냐하면 엄마가 나를 생각해 애써서 숙제를 했다는 것 때문이다.
......
"나 한 번만 엄마 꼭 안아 봐도 돼? 그리고 한 번 많이 울어도 엄마 아무 상관 않고 그냥 있을 수 있어?"
......
나는 그 때 눈물이 막 쏟아졌다. 엄마는 왜 우냐고 더 묻지도 않고 꼭 안아 주었다.
생각주머니를 보니 엄마와 내가 한 것은 엄청 달랐다. 그래도 나는 엄마가 한 것을 그대로 두었다. 자꾸만 엄마한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나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나 또한 공부가 무슨 벼슬인냥 끄떡하면 어머니께 화를 내고, 심지어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엄마는 내 심정을 하나도 모른다면서 무시하기까지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세월이 흘러 내가 중고등학교 때 배운 교과서의 내용들은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지만, 학교에서 돌아오면 빨래를 하시고, 밥을 짓고, 바느질을 하고, 청소를 하던, 몇 십년 동안 변함없는 어머니의 모습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강렬하게 또렷하게 기억을 합니다. 어머니의 삶은 문자로 된 휘발성 강한 교육이 아니라, 그 일관된 자식사랑의 삶 자체가 저에게 잊혀지지 않는 교육이 되었던 샘이지요. 이제는 다리가 불편하셔서 절뚝이며 걷는 어머니께서는 오늘도, 그리고 한 평생 변함없이 새벽 일찍 잠에서 깨어나셔서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시고, 빨래를 하시고, 밥을 짓고 계십니다. 그리고 최근까지는 형네 아이와 우리 아이를 가장 힘든 시기에 건강하게 키워내셨습니다.  이 희생과, 부지런함과 일관된 삶의 진지함과 자식에 대한 사랑(이 사랑을 조금만 우리 주변으로 확장한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 수 있을 겁니다)을 우리는 과연 다른 어느 것에서 배울 수 있을까요? 이 책의 많은 글들은 바로 이러한 엄마, 아빠의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진지한 태도를 통해 아이들이 깊이 깨달아가는 글들로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물론, 글로 표현하며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잠깐 동안 아이에게 머물다 갈 깨달음일 수도 있겠죠.  어쨌든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통해 이만큼씩 키가 훌쩍 훌쩍 커갑니다. 저는 그 아이들의 글에 훌쩍 훌쩍 거렸구요.

# 동생의 수술   (5학년 박소영)
내 동생은 부정맥이다.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지 않고 갑자기 빨리 뛰는 건데 가끔식 그럴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고 숨을 잘 못 쉴 것 같다고 한다. ......
엄마, 아빠는 하는 수 없이 겨우 수술비를 마련해서 수술을 했다. 
......
엄마, 아빠는 수술이 끝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표정이 어두웠다. 엄마는 많이 운 것 같았다. 눈이 부어 있었다. 
......
주방에 가니 아빠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렇게 슬픈 아빠의 표정은 정말 처음 봤다. 
"아빠 …." 
"……" 
나는 방에 들어왔다. 그때 아빠가 전화 거는 소리가 들렸다. ... "수술? 후우우, 헛방이야." 
......
아빠가 언니와 나를 조용히 불렀다. 
"소현이 이번 수술은 실패했지만 다음에 또 하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너희들은 너희들 할 일 착실히 하면 된다. 알았제? 자, 파이팅! 하하하하하……." 아빠는 우리보고 하이파이브를 하자고 햇다. 그래서 아빠 시키는 대로 했다. 그렇지만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아빠가 꼭 안아 주었다. 그리고 등을 토닥여 주며 말했다.
"아빠는 말이다. 힘들어도 너희들이 있어 살맛 나는 거 알제? 자아, 눈물 닦고 뚝 해라."
나는 그때서야 베시시 웃었다. 엄마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마 내 동생은 빨리 나을 것이다. 우리가 간절히 비니까…….

내가 이 책을 신청한 이유는 바로 34개월 된 안토니오 때문입니다. 안토니오를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맡긴 지 2년 만에 1주일 전 서울로 데리고 와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이젠 주말에만 만나는 관계가 아닌 하루하루 아이와 소통해야 하는 생활이 시작된 거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등 어른들과의 관계 형성만 이루어졌던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또래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닐겁니다. 일 주일 사이 평소에는 거의 보이지 않던 칭얼거림이 늘었고, 짜증도 많이 늘었습니다. 사실 부모의 입장에서도 매일매일 새로운 상황을 접하면서 배워갈 수 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아이는 어른이 된 내가 예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반응을 하니까요. 진실된 반응도 중요했지만 틈이 날때마다 저 또한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었죠.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이벤트 서적에 올라왔을 때 비록 초등학교 학생들의 선생님이 전하는 메세지이지만, 내가 하루하루 일상에서 안토니오를 대하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래서 '감동'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부모가 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이 책을 선택했어요. 처음에 글을 읽을 때는 '내가 너무 무리한 욕심을 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초등학생들의 글들과 생각들이 그렇게 쉽게 저에게 전달되지 않았어요. 보다 보편적인, 자식과 부모의 관계에서의 도움을 주는 글들을 원했지만 사실 많은 내용이 초등학교 4,5,6학년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이라서 그랬지요. 그러나 내가 책을 다 읽은 후, 그 때 그 때 책갈피를 해 놓았던 글들을 다시 찬찬히 읽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안토니오도 이미 새로운 세상을 접하면서 작게 작게 이호철 선생님이 이야기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 사춘기 아이들의 말과 행동
이 시기 아이들은 마음이 복잡해져 다른 사람과 갈등도 많이 생기고 그만큼 마음이 많이 아플 수도 있다. 그렇게 아픔을 겪으면서 또렷한 한 사람으로 한결 더 자란다. 또 부모에게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부모의 명령을 어기거나 외면하면서 어른들과는 다른 독특한 행동을 많이 한다. 그러면서도 부모에게서 완전히 독립하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해서 아주 큰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아이가 부모를 외면한다고 해서 부모를 업신여긴다고 생각하지 말고 넓은 마음으로 아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
아이들은 부모에게 독립된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질 때 이렇게 엉뚱하게 반항하는 말투가 나오기도 한다. 독립하려고 할 때 생기는 불안감 때문이다. 그 반항 속에는 도와 달라는 뜻이 숨어 있다고 한다.
......
# 아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아이들은 질문도 많이 하는데, 아이의 질문은 아주 중요하다. 무엇이나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이 있어야 숨어 있는 가능성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머리도 발달한다. 엉뚱한 질문을 한다고 꾸중을 한다든지, 자라면 저절로 다 알 수 있는 것을 왜 질문하냐고 핀잔을 주면 그런 싹을 밟아 문지르는 것과 같다. 아주 친절하게 말하기가 귀찮으면 아이가 말할 때 "응." "그래." "그렇지." "맞아." 이렇게라도 대답하며 관심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렇게만 반응해도 아이들은 스스로 묻고 답도 곧잘 찾아낸다. 그리고 "그건 왜 그럴까?" "엄마는 잘 모르겠는데 네가 말해 주겠니?" 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자극해 주면 아이들은 더욱 쑥쑥 자란다.

사춘기(?)는 확실히 아니지만 안토니오도 요즘들어 부쩍 엄마, 아빠의 말과는 정 반대로 행동하며 우리의 눈치를 살피는 걸 즐겨하곤 합니다. 어쩌면 이런 행동이 안토니오가 독자적인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하는 시발점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그에 대한 나의 반응은... '안토니오, 너?' 하며 나의 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인상을 쓰는 짓거리에 그칩니다. 아~ 부모가 된다는 것,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아요. ^^;
어제만 하더라도 그래요. 밥을 먹고 있는데, 안토니오가 느닺없이 '아빠! 왜 밥은 입으로 먹어야 해?' '아빠! 이빨은 왜 있는거야?'라는 질문을 해서 어렸을 적 배운 생물 수업의 스트레스까지 되살아나며 버벅대며 대답해야 했지요. 다행히 이 글을 방금 접하고 난 다음이라서 '원래 밥은 입으로 먹는거니까'라고 대답하지 않고, '우리 몸에는 구멍이 참 많지? 냄새를 맡는 구멍은 뭐지? 그렇지. 그럼 소리를 듣는 구멍은 뭐지? 방귀를 뀌는 구멍은? 아빠를 볼 수 있는 구멍은? 그렇담 우리의 음식을 먹는 구멍은? 그렇지 그래서 구멍은 각자 맡은 역할이 있는거야!' 하면서 아이에게 자주 읽혀주었던 그림책 『우리몸의 구멍』 책 내용을  다시 천천히 들려주었죠. 
그나마 지금은 내 상식선에서 나름 버벅대면서라도 대답은 해 줄텐데 이제 점점 크면서 온갖 세상만사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오면 어쩌나 벌써부터 겁이 난답니다. 물론, 저 또한 가끔은 귀찮으면 무슨 내용인지 모르면 '왜 그런지 안토니오가 생각해 볼래?'하면서 공을 넘기는데, 이녀석 이걸 금새 따라해서 자기가 답하기 어렵거나 귀찮으면 '안토니오가 왜 밥을 안먹는지 엄마가 한 번 생각해봐'라고 역질문을 해 우리 부부를 황당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런 결국 자식 자랑 얘기로 슬슬 ... ^^;

# 아이와 즐거운 시간 보내기
놀이는 아이들 삶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이들은 놀이를 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발견하고, 말과 사회관계를 배우고,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힘도 키운다. 지금 아이들은 이런 놀이와 삶을 다 빼앗겨 버렸는데도 어른들은 걱정을 안 한다. 아니 아예 모른다. ... 한 아이가 쓴 시가 떠오른다.

요즘 우리 가족은 잘 모이지를 못한다. / 왜냐하면 엄마와 아빠가 장사를 나가고 / 나와 형은 학원에 가기 때문이다. / 엄마, 아빠가 집에 오면 형과 내가 없고 / 형과 내가 집에 오면 엄마, 아빠가 없다. / 그래서 우리 가족은 이산가족 같은 신세다         - '우리 가족' 6학년 김동민

나와 눈큰이가 공동육아를 선택한 것 중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우리의 일치된 교육관인 '아이는 놀리면서 키워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자신의 정체성조차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  시간을 나눠가며 영어다, 음악이다 하며 슈퍼맨을 양산하려는 교육을 지금까지 우리는 거부하고 있습니다. 우리 둘 다 지방에 살면서 한 사람은 산과 논과 과수원과 목장을, 다른 한 사람은 여기에 더해 바다를 놀이터 삼아 어린시절을 보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어린 시절 놀이에 미쳐 살았던, 예를 들어 해질녘 노을 속에서 동네 집집마다 굴뚝에서 밥짓는 연기가 퍼져나갈 때야 아쉬운 작별을 하며 흙범벅이 되어 집으로 기어들어갔던 그 시절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직까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더 큰 아이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 아이들을 키우는 주위 분들은 이러한 '놀리고픈' 우리의 바람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막상 아이가 중학교에만 들어가도 그런 신념으로 키운 아이가 학교 수업과 주변 아이들의 속도를 못 따라가 괴로워하고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해 줍니다. 우리 때만 해도 적당히 놀면서 학교수업만 따라가도 뒤쳐진다는 그런 생각 없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요즘 교육열풍을 접하면 두려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호철 선생님의 이야기에 더 삶의 진실함이 묻어 있고, 희망이 베어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나중에 이 책 어디선가 어떤 아이가 쓴 글처럼 '안토니오! 태어나줘서 고맙데이' 라는 말 하나에도 감동받는 그런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그리고 아빠의 생일 선물로 진심이 담긴 편지를 선물하여 아빠 눈물을 글썽이게 만드는 그런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이호철 선생은 결국 그 주된 역할은 돈이 아니라 마음에, 그리고 일상적으로 보여지는 엄마,아빠의 삶의 모습에 있다고 단언합니다. 

# 자그마한 일에서 느끼는 감동
작은 일로 아이에게 감동을 주려 할 때는 너무 크게 계획을 세우면 오히려 실천하기 어렵다. 자연스럽지도 못한다. ... 어떤 순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라야 감동을 줄 수 있다. 이런 일은 그냥 잠깐 시간만 내면 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오히려 그런 행동이 몸에 배기란 아주 어렵다.
자그마한 일로 아이를 감동시키려고 할 때는 아이와 일대일로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에게 집중하고 부모 자신도 그 속에 빠져들어 스스로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진심으로 부모 마음을 받아들이고 감동한다.

# 모범을 보여주자
아이들이 도덕을 몰라서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바른 행동을 하는 버릇이 안 들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하면 좋지만 안 해도 그만인 행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 주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이 책 또한 나에게 휘발성 강한 책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묵직하게 남는 것은 바로 일상에서의 나의 모습을 안토니오는 한 컷도 빠트리지 않고 기억에 담을 거라는 것, 그리고 어떤 상황이 닥칠 때 바로 우리가 행했던 방식을 떠올리며 삶을 살아갈 거라는 거죠. 새삼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지만, 이렇게 많은 아이들의 진솔한 글들을 통해 학습되고 학습되니 이젠 마음 한 켠에 한 생명을 키우는 데 있어 잠시라도 허투루 해서는 안되겠다는 다짐을 담게 됩니다. 
엥? 어느 순간 저 또한 이 아이들의 글쓰기 방식으로 무슨 숙제 검사 맡는 학생마냥 마무리를 짓게 되네요. ^^ 이호철 선생님이라면 제 독후감에 대해 어떤 코멘트를 해 주실까요? 정말 궁금해집니다. ^^

함께 듣는 음악은 Hunt & Turner의 『Magic Landscape』(1972) 앨범 중 5번 곡  Mr. Bojangle'입니다.




출처 : 안토니오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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